ARTICLES \"용기를 가지세요. 제가 있잖아요\"... 요하네스 브람스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7-22
2007-11-27 19:02:50
허원숙 조회수 2394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7월 22일 원고.... 요하네스 브람스 (2) “용기를 가지세요. 제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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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가 14살이나 연상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 데에는 브람스 부모에게도 적잖이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브람스가 태어나던 해 1833년 브람스의 아버지는 27살이었고, 어머니는 44살이었어요. 17살 차이가 나죠. 그러니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부모님의 특이한 나이 때문에 여러 가지로 편치 않은 시절을 보냈을 것은 분명하죠. 어머니란, 아버지에게 누나처럼, 혹은 엄마처럼 대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심어졌을 거구요.

사실,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의 열렬한 사랑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죠. 슈만의 선생님의 딸로, 어릴 적부터 좋아하다가 막상 결혼하고자 했을 때에는 장인 될 사람, 즉 슈만의 선생님이 강력하게 반대를 해서 재판까지 해서 결혼에 성공한 이야기.

그렇게 사랑스럽고 소중한 여인과 결혼한 슈만은 행복하게 살고 작품도 잘 쓸 것만 같았는데,  슈만은 결혼하던 1840년 이후로는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해요. 결혼 때문에 실패한 음악가라는 말도 있죠.

그러던 중 1853년 브람스가 나타나니, 부부 사이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고요, 1854년에는 급기야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자살하는 소동이 일어났고, 정신병원에 감금되어버렸어요. 그 후 2년 뒤에 슈만은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요.

클라라 슈만이라면 소녀 시절부터 피아니스트로서 타의 추종을 불가했던 사람이고, 슈만과 오직 사랑 하나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서 아이를 일곱이나 낳아 기르면서 연주활동을 정말 활발히 했던 피아니스트였죠.

그런데, 정말 클라라는 남편을 사랑했을까.... 어떤 책에 보면, 일곱 번째 아이는 브람스의 아이라고 하는 말도 있고요, 뱃속에 든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브람스의 아이라는 것을 슈만이 알고 알코올 중독이 되고 급기야는 투신자살을 시도했다는 말도 있는데요. 그건 말이 안 되거든요. 왜냐면 브람스가 슈만 집에 가서 클라라를 처음 본 날이 10월 1일이었고, 이듬 해 6월 11일에 클라라가 아들을 낳았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브람스 아들이니 뭐니 하는 말이 어디선가 들리면 단호하게 No! 라고 말씀하세요. 아셨죠?

어떻든 간에 클라라는 여섯 명의 아이들과 뱃속의 아이까지 남겨진 상태에서 남편의 자살시도를 겪어서, 절망에 빠졌고요. 남편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고, 아이는 낳아야하는데...

브람스는 어떻게든 클라라를 위로해 보려고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바로 피아노 트리오 제1번, 작품 8인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1악장을 보자르 트리오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시간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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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가 클라라에게 쓴 편지들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클라라를 부르는 호칭이 많이 바뀌게 되는 것이죠. 그 현상은 1854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처음에는 verehrte Frau (존경하는 부인)에서 teuerste Frau (고귀한 부인), teuerste Freundin (소중한 여친), geliebteste Freundin (사랑하는 여친), innigst geliebte Freundin (가장 애틋하게 사랑하는 여친), geliebte Frau Clara (사랑하는 클라라 부인), liebe Clara (사랑스러운 클라라), meine herzliebe Clara (나의 가슴속 사랑스러운 클라라)로 바뀌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Sie라는 존칭을 써서 말을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Du라고 친한 사람 사이에 쓰는 반말을 사용했고, 내용 중에는 “네 편지는 나에게 입맞춤같다.” 같이 아주 친밀한 내용까지 썼다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해요. 왜냐면 클라라와 브람스가 합의하여 (혹은 제삼자가) 어느 날 그들이 주고 받았던 편지들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고 해요. 물론 클라라의 일기는 남아있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후대에 읽힐 것을 의식하고 쓴 것이었다고 해요. 어쨌든 브람스는 1854년 2월  슈만의 자살소동 이후 곧바로 3월에 클라라를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뒤셀도르프로 이사합니다.

 


자살을 시도한 남편을 정신병원에 보내고 나서 숨을 거두기까지 2년 반 동안 클라라는 슈만의 병원에 면회를 얼마나 자주 갔을까...

한 번도 가지 않았어요.

아니, 마지막에 딱 한 번 갔어요.

1856년 슈만이 입원한 Endenich 병원에서 보낸 전보를 받고 브람스와 함께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는, 팔다리가 전혀 쓸 수 없게 된 슈만과 마지막 포옹을 하고 일기에 쓰죠. 자기는 이 포옹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고. 그리고 이틀 후에 슈만은 숨을 거두고요. 그런데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그 남편이 외롭게 클라라를 기다리며 있었던 병원에 왜 브람스랑 같이 갔었는지.... 저라면 혼자 갔을 텐데...

브람스와 클라라의 각별한 관계는 유명했는데요, 브람스가 쓴 모든 곡들은 클라라에게 먼저 보여주고 출판되었고요, 심지어 지난 시간에 들려드린 발라드는 율리우스 오토 그림이라는 작곡가에게 헌정했는데, 그 작곡가가 브람스한테 물었다고 해요. 클라라가 이 곡 나한테 주는 거 동의했냐구.

 


1854년 6월. 갖은 어려움 속에 클라라가 드디어 일곱 번째 아이를 낳았는데요, 이름은  펠릭스. 요절한 천재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해요.

이 아이가 태어나자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용기를 심어주려고 작곡한 곡이 있는데요, 바로 슈만이 클라라에게 헌정했던 곡의 주제를 이용해서 만든,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에요.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라는,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마음과 또 슈만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담겨있는 곡이죠.

 


음악 들을까요?

브람스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9 중에서 시간 관계상 전부는 듣지 못하고요, 주제부터 제8변주까지 들려드립니다.

연주에는 미카일 루디입니다. (약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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