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어떡하죠, 사모님... 당신을...\" 요하네스 브람스 1 방송원고 :당신의밤과음악 06-07-15
2007-11-27 19:02:29
허원숙 조회수 2527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7월 15일 원고.... 요하네스 브람스 (1) “어떡하죠, 사모님...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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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9월 30일 점심때쯤.

초인종이 울렸다.

난 내 또래의 어린애들이 그렇듯 우당탕탕 현관문으로 뛰어가서는 문을 힘껏 열었다.

거기엔 금발의 단발머리를 한, 그림처럼 예쁘장한 청년이 서있었다.

“아버지 계시니?”

“부모님은 지금 외출하고 안 계시는데요.”

“언제 다시오면 될까?”

“낮 12시에는 부모님이 항상 외출하시니까 11시에 오세요.”

다음 날 오전 11시.

초인종이 또 울렸다.

이번에는 아빠가 문을 열어주었다.

사실 그런 젊은 음악도들이 우리 집에 찾아오는 일은 특이한 일도 아니다.

지금 찾아온 그 청년. 요셉 요아힘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추천서를 들고 왔다.

별 말도 없이, 뭐 우리 아빠도 원래 말이 없지만, 묵묵히 자기 곡을 들어달라고 했다.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아 몇 마디를 쳤을까, 아빠는

“잠시만! 우리 집 사람 좀 불러야 되겠어요.

클라라~ 클라라! 이리 좀 와봐. 이 음악 좀 들어봐. 새로운 음악이야” 하고 외쳤다.

그리고나서 우리 아빠 엄마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식사시간 내내 아침에 찾아온 이 천재 음악가에 대해서만 말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요하네스 브람스라고 했다.

 


-로베르트 슈만의 딸 마리 슈만의 말입니다.

 


1853년 10월 1일 슈만의 가계부에는 “브람스 방문 (천재)”라고 간단하게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클라라 슈만이 브람스를 회상하는 말에는요.

“이 사람은 하나님이 보낸 사람 같았어. 우리 앞에서 자기가 작곡한 소나타, 스케르초 등등을 연주했는데, 끌어 오르는 판타지와, 내면적인 감정과 형식의 완벽함.... 우리 남편은 이 사람 곡에는 아무 말도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고 했어. 정말 감동적이야. 이 사람이 피아노 치는 모습은... 해맑은 모습의 이 얼굴은.... 하나님이 완벽하게 만들어서 이 세상에 보낸 사람 같았어.”

스무 살의 미소년 브람스가 처음으로 슈만을 만난 날의 이야기인데요, 브람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세상에 알려준 슈만과 함께, 브람스의 평생의 여인이 될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만난 이야기죠.

사실 그 날 브람스가 슈만의 집에서 연주했던 곡들은 3년 전에 함부르크에서 호텔에 묵었던 슈만에게 배달되었던 소포 중에 있었던 곡들인데요, 그 때엔 시간이 없어서 슈만이 그 소포를 열어보지 못했었던 거였대요.

신기하죠? 사람 운명이라는 것이 참....

만일 3년 전에 슈만이 함부르크 호텔에 배달된 소포를 열어봤더라면.... 슈만 집에 브람스가 찾아오지 않았을 거고, 그렇다면... 클라라도....

 


음악 듣겠습니다.

브람스의 처음으로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이면서 그 날 브람스가 연주했던 곡.

그리고 후에 클라라에게 헌정한 곡.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op.2 중에서 제4악장 Finale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연주에는 아나톨 우고르스키입니다. (연주시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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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가 슈만을 처음으로 찾아가 만난 날이 1853년 10월 1일의 일이었지요.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브람스는 거의 매일 그 집에 초대를 받았구요, 슈만의 음악친구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죠.

그리고 다음 해 1854년 2월 27일 슈만은 라인 강에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슈만은 왜 자살하려고 했을까요? 정신병이 악화되어서?

가족력에 정신질환이 있었다고들 하는데, 일설에 의하면 고혈압과 함께 알코올 중독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알코올 중독이 된 원인은 아마도 클라라와 브람스의 관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때문일 수도 있다고 해요.

 


브람스는 헤르더의 스코틀랜드 노래 <에드워드>를 읽습니다. 이 시에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후회와 자책과, 변명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그런 것들이 모두 다 들어있는데요, 브람스는 이 시를 읽고 감동해서 이 시에 곡을 붙이기로 마음먹습니다. 왜 이 시를 읽고 감동했을까.... 바로 자신의 처지가 에드워드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였을 겁니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 에드워드, 선생님의 부인을 사랑한 브람스, 그리고 선생님의 강물 투신....

브람스는 이 시를 가지고 발라드를 작곡합니다. 이른바 에드워드 발라드인데요, 시의 운율과 똑같이 음을 맞추어 작곡했는데, 어머니의 질문과 아들의 변명, 또 잇따른 어머니의 추궁과 아들의 궁색한 변명. 그리고 실토와 함께 몰려오는 후회, 좌절, 원망 등이 그대로 음악에 나타나있어요.

 


음악듣겠습니다. 

브람스의 발라드 작품 10의 1, 에드워드 발라드와 함께 4번 andante com moto 인데요, 이 4번에는 브람스가 편지에도 두 차례 밝혔듯이, 클라라와의 소중한 사랑의 장면이 담겨있습니다. 어딜까.....찾아보세요.

연주에는 클라우디오 아라우입니다. (시간 3:52+9:11)

 


(낭독)


너의 칼은 왜 그리 붉게 피로 물들었느냐?

에드워드, 에드워드!

너의 칼은 왜 그리 붉게 피로 물들고,

네 걸음걸이는 왜 그리 슬프냐?

저는 저의 매를 죽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는 저의 매를 죽였고,

그 사실이 정말 가슴 아픕니다.

너의 매는 피가 그리 붉지 않은데,

에드워드, 에드워드!

너의 매는 피가 그리 붉지 않은데,

아들아, 솔직하게 말하렴.

저는 저의 말을 죽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는 저의 말을 죽였습니다.

아, 그 말은 정말 자랑스럽고, 또 저에게 성실한 말이었는데...

너의 말은 늙고 쓸모없는 말이었지,

에드워드, 에드워드!

너의 말은 늙고 쓸모없는 말이었어.

너는 다른 연유로 고통 받고 있구나, 아!

저는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제가 아버지를 죽였다구요.

그리고 그 사실이 제 가슴을 찢어지게 만듭니다. 아!

그럼 너는 이제부터 무엇을 하려느냐,

에드워드, 에드워드!

너는 이제부터 무엇을 하려느냐,

나의 아들아, 말해 다오!

저의 발은 이제 땅 위에서 편히 쉴 수 없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의 발은 이제 땅 위에서 편히 쉴 수 없다구요!

아, 정처 없이 바다를 건너가겠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살던 곳은 어찌하려느냐,

에드워드, 에드워드!

네가 살던 곳은 어찌하려느냐,

그다지도 아름다운 그 곳은 어찌하려느냐?

그냥 그러려니 해야죠,

어머니, 어머니!

그냥 그러려니 해야죠,

아, 다시는 이 곳으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네 처와 자식은 어찌 하려느냐,

에드워드, 에드워드!

너 혼자 바다를 건너가면

네 처와 자식은 어찌하려하느냐?

세상이 넓으니 구걸하며 살겠죠,

어머니, 어머니!

세상이 넓으니 구걸하면 살 수 있겠죠,

저는 다시는 그들을 보지 않으렵니다.

그렇다면 이 에미는 어찌할까?

에드워드, 에드워드!

이 에미는 어찌할까?

내 아들아, 말해보렴.

지옥의 저주나 받으세요,

어머니, 어머니!

지옥의 저주 받으세요.

당신들 때문에 저질러진 일이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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