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상드와 빗방울\" ...프레데릭 쇼팽 9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6-10
2007-11-27 19:00:19
허원숙 조회수 2605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6월 10일 원고.... 프레데릭 쇼팽 (9) “상드와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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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드라는 여자, 왜 저렇게 꼴불견이지? 정말 저 사람이 여자일까?”

쇼팽이 조르주 상드를 처음 보고 친구들한테 한 귓속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사교모임에 나오는 여인들의 우아한 자태가 드러나는 드레스가 아닌 신사복 정장을 입었고, 손에는 Huka 라는 인도식 대가 긴 담뱃대를 들고 있었고, 남자들 틈에 섞여서 남자처럼 행동했으니까요. 담배나 남성 복장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요, 전통적인 사회에 반항하는 것처럼 보여서 극단적인 인물로 여겨진 사람이었죠.

원래 이름은 오로라 뒤팡이었는데, 문필가였던 조르주 상드가 필명으로 사용하는 상드라는 이름은 사실 남편을 버리고 함께 도망쳐 파리로 왔던 문학청년이었던 애인의 이름 주르 상드에서 따온 이름이었구요.

그 애인도 버리고, 남편과는 이혼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은 남자처럼 행동하고, 또 다른 애인들도 많았구요.

체질적으로 담배연기를 몹시 싫어하는 쇼팽은 당연 거부감을 드러냈고, 뭐 저런 여자가 다있어, 여자 맞아? 라고 할 정도였는데, 인연이면 할 수 없죠....

천성적으로 강하고 남성적인 면이 많았던 여인인 조르주 상드는 당시 애인 메리메라는 아주 정력적인 남자와 사귀는 동안 그런 부류의 남자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되었대요.

“강한 남자들은 나에게서 떠나라! 나는 내 곁에 예술가들과 함께 하고 싶다. 리스트, 들라크루아, 베를리오즈, 마이어베어.... 그들과 함께 있으면 나는 남자가 되는 거야.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마리 다구 백작부인이 주선한 예술가들의 살롱모임에 나타난 거였구요, 거기서 자기보다 6살 연하인 쇼팽을 만나면서, 모성애를 발동하게 된 거죠.

 


여러 차례 방황 끝에 쇼팽에게도 비로소 헌신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제 쇼팽은 건강이 몹시 나빠졌네요.
워낙 몸이 약한데다가 겨울에 감기 한 번 잘못 걸렸던 게 회복이 되지 않았구요. 따뜻한 곡에 가서 살면 건강이 곧 회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요르카 섬으로 상드와 상드의 두 자녀와 함께 떠납니다.

“공기는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이고, 온종일 태양이 내리쬐어서 날씨가 뜨겁고, 11월인데도 여름옷을 입고 있고 밤이면 여기저기서 기타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네” ...쇼팽이 친구 티투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쇼팽의 뱃노래 작품 60입니다. (7:45)

연주에는 안드레이 니콜스키입니다.

 


(연주자 설명)

안드레이 니콜스키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인데요, 대다수의 러시아 피아니스트처럼 러시아식의 쇼팽이 아닌 진정한 쇼팽을 연주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195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서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나우모프를 사사했고요, 1979년 롱티보 콩쿨 대상, 1983년 뮌헨 콩쿨 1등 후에 잘츠부르크에서 레이그라프를 사사하다가 1995년 교통사고로 요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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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폰타나에게 쓴 편지에서처럼 행복했던 계절은 얼마 가지 않았구요, 마요르카 섬에 우기가 닥쳐와서 비바람쳐대고 습기와 한기를 막지 못하는 방에서 고생하면서 쇼팽은 드디어 폐결핵에 시달리는 상태가 되었지요.

친구 폰타나에게 쓴 편지를 보면요.

“용하다는 의사가 세 명 다녀갔어. 첫 번째 사람은 내 객혈을 코로 냄새를 맡아보고, 두 번째 사람은 객혈이 나온 곳을 두드려보고, 세 번째 사람은 내가 피를 토하는 동안 청진기로 진찰하더라.

첫 번째 사람은 내가 죽을 거라고 말했고, 두 번째 사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지. 세 번째 사람은 난 이미 죽었어야 할 사람이었대. 그런데 난 오늘도 죽지 않고 있네. 전주곡은 언제 쓰지....”

그 와중에 쇼팽은 거처를 옮겼는데요, 집주인이 전염될까봐 나가라고 했기 때문이죠. 수소문 끝에 반쯤 썩어져가는 낡은 수도원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는데 삶 자체가 고생이었죠.

환자식을 해야했는데 구하기도 힘들었구요, 섬사람들은 호시탐탐 속여서 금품을 뺏어가려고만 했구요.

하지만 그 고생 중에도 명작은 탄생합니다. 쇼팽의 전주곡.

그날의 광경을 본 상드가 쓴 자서전 내용이에요.

 


“비가 쏟아져 마차 지붕위에 넘쳤다. 3마일을 되돌아오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우리(조르주 상드와 두 자녀)는 홍수의 한 가운데 있었다. 신발도 벗어버리고 마부는 달아나고 너무나도 무서운 어두운 밤길의 위험을 무릅쓰고 달렸다.

우리는 환자가 걱정할 것을 생각하며 마음을 재촉했다.

그는 정말로 생생하게 앉아 조용한 절망 속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기막힌 자작의 전주곡을 치고 있었다.

우리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며 일어섰다. 그리고 흐트러진 얼굴과 기묘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아아, 너희들 죽은 줄 알았어’

정신을 차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그가 우리들이 위험에 빠져 있는 장면을 상상하다가 머리가 이상해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는 환상 속에서 그런 위험한 장면을 보고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을 진정시켜 위로하고, 자기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호수 속에 빠지는 것으로 착각했다. 무겁고 얼음장 같은 물방울이 일정한 속도로 자기의 가슴 위에 떨어진다고 했다. 나는 실제로 물방울이 일정한 속도로 지붕 위에서 떨어진다고 하며, 그에게 들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음을 듣지 못했다고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음을 의성음(疑聲音)이라고 표현했더니, 그는 매우 기분 나빠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항의했다.

귀로 듣는 이들 의성음을 그가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자연 속에는 불가사의하고 기묘한 화음이 가득 차 있지만, 그 화음은 자기의 악상 속에 있는 것과 같은 가치있는 숭고한 음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고 했으며, 외부의 음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날 밤의 전주곡은 빗소리에 넘친 것이었고, 그 음이 사원의 지붕에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였다 할지라도 그의 작곡은 그의 환상의 음악 속에서 그의 가슴 위로 떨어지는 눈물로 바뀌어진 빗방울이었던 것이다.”

 


음악 듣겠습니다.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작품 28중에서 이 날 작곡했다는 바로 그 곡들 들으시겠습니다.

쇼팽의 전주곡 작품 28의 제 6번, 8번, 15번과 함께 23번, 24번까지 감상하시겠습니다. (1:47+1:52+5:31+00:51+02:21=약 10분30초)

역시 안드레이 니콜스키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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