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작곡가의 편지\"...프레데릭 쇼팽 7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5-27
2007-11-27 18:59:24
허원숙 조회수 2440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5월 27일 원고.... 프레데릭 쇼팽 (7) “작곡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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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년 쇼팽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델핀느 포토츠카 부인이었는데요, 폴란드 귀족 코마 백작의 큰딸인데, 남편과 이혼을 전제로 하고 친정집에 와 있다가 1833년부터 파리에 정착해서 살고 있었는데, 쇼팽이 자기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던 유일한 여인이었다죠.

쇼팽이 델핀느 포토츠카에게 쓴 편지에 보면 아기를 낳고 싶다는 말을 표현한 구절이 있는데요, 그 소심한 쇼팽이 어떻게 이런 말을 했을지 궁금할 정도에요.

“....나는 영감과 창작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영감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언제나 내가 당신과 떨어져 있을 때 솟아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당신과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는 영감이 내게서 도망쳐버리고 내 머릿속에서는 아이디어가 솟아오르지 않습니다. 놀랍지요?

하지만 그런 영감과 창작력을 어린애를 수태시키기 위하여, 즉 아이를 만들기 위하여 쓰고 또 예술을 만들기 위해 쓴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일입니다. 그것은 생명을 부여하는 힘입니다. 남성은 그 두 가지 면에서 그 순간의 쾌락을 위해 자신을 소비합니다.”

민망하시죠? ^.^

저도 상당히 민망한데요, 쇼팽은 이 여인과 행복한 연애시절을 보냈다고 하고요, 제가 관심가는 것은 이 연인에게 쓴 편지에 자기가 어떻게 작곡을 하는지를 자세하게 기록한 부분이 있다는 거죠.

들어보실래요?

 


“나는 내 작곡의 하나 하나에 대해 매우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에 있어선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안 됩니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누구도 그것을 줄 수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내가 작곡한다는 것은 여인들이 해산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치명적인 고통을 받고, 어떤 사람들은 앵두씨를 내뱉는 것처럼 쉽게 아이를 낳지요. 그런데 나는 대단한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낳을 수 없습니다.

늘 그렇듯이, 내 머리 속에서는 아름다운 환상이 떠오릅니다. 그것들을 나는 줄줄 받아 적으면 되지요. 하지만 줄줄 받아 적은 내 머리 속의 음악은 다시 보면 결함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프레이즈는 나쁘고 어떤 프레이즈는 악보로 기록해보면 전혀 틀린 것으로 되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는 실망에 빠지게 되고 그 기억은 나를 괴롭히곤 하지요.

그렇지 않을 때에는 주제가 대여섯 개나 떠올라서 도대체 이 중에 어떤 것을 택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경우가 되면 나는 머리 속에 떠오른 대여섯 개의 주제를 한 구석에 밀어놓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립니다. 이 방법이 최선이에요. 그러면 잠시 후에 주제 하나가 갑자기 푸른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처럼 나타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주제가 진짜가 되는 거지요.

그렇게 하고나면  또 다른 주제, 그리고 다음 다음으로 주제들을 마치 결이 맞지 않는 나무 토막을 잘 연결시켜서 보기 좋은 모양으로 만드는 것 같은 세공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전체가 완전히 짜여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지요. 내가 최종적으로 곡을 완성하기까지에는 무서운 괴로움과 한탄과 많은 눈물과 잠 못 이루는 무수한 밤을 참아야 하니까요....”

 


어때요? 

작곡가의 숨결이 확 느껴지는 편지이지요?

최종적으로 곡을 완성하기까지에는 무서운 괴로움과 한탄과 많은 눈물과 잠 못 이루는 무수한 밤을 참아야 한다는 쇼팽의 말처럼, 쇼팽의 곡들은 작곡연도를 정확히 밝힐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동안 고민한 곡들이 많아요. 그래서 작품 번호와 출판연도가 뒤바뀐 곡들도 정말 많구요, 제일 대표적인 예가 콘체르토 1,2번의 순서가 바뀐 것이겠죠.

쇼팽의 발라드 제1번 G 단조도 1831년부터 35년까지 5년간이나 손질한 곡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본격적인 주제가 나오기 전 도입부의 마지막 왼손 음을 d 음으로 작곡했는데, 슈만이 그거 E flat 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서 E flat으로 최종확정지었다고 하죠.

 


들어볼까요?

쇼팽의 발라드 제 1번 g단조 op.23 Artur Rubinstein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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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곡 한 곡 다듬기까지 수년간의 손질을 거쳐서 작곡을 하고, 또 남의 의견이라도 정말 받아들일 수 있는 의견은 신중히 받아들이는 쇼팽인데요, 리스트에 대해 말한 것을 보면 또 다른 면이 있지요.

델핀느 포토츠카 부인에게 쓴 편지를 읽어드릴께요.

 


“.....하지만 작곡가로서의 리스트는 전혀 쓸모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무엇이나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작품 속에 타인의 알맹이를 집어넣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입니다. 리스트만큼 재미있는 음악가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자기의 모자라는 영감을 기묘한 세공으로 꾸미는 교묘한 페인트공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그를 천재적인 예술가로 생각하게 하는 아슬아슬한 기예를 부려 사람들을 현혹시킵니다.

그렇지만 리스트는 그의 재능으로 남의 악상이나 작곡을 복제하여 자기 독창력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사람입니다...”

 


무서워~~~갑자기 리스트가 불쌍해 보여요.....ㅠ.ㅠ.

사실 쇼팽은 리스트나 슈만과 가까이 지낸 사이였어요. 나이도 쇼팽, 슈만은 동갑, 리스트는 한 살 어리다고 말씀드렸었죠. 같이 음악활동도 많이 하고....

이렇게까지 편지에 쓴 걸 보면 포토츠카 부인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음악 듣겠습니다.

쇼팽의 스케르초 No.3 C sharp 단조 op.39.

Martha Argerich의 1978년도 실황입니다.(연주시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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