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등잔 밑이 어둡다\"...프레데릭 쇼팽 3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4-29
2007-11-27 18:57:37
허원숙 조회수 3541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4월 29일 원고.... 프레데릭 쇼팽 (3) “등잔밑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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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폴란드를 사랑하고 세상의 그 어느 음악가보다도 애국심이 투철했던 쇼팽을 생각하면, 폴란드에서는 얼마나 쇼팽을 사랑하고, 아끼고, 자랑스러워했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1829년의 폴란드도 그랬을까요....

 바르샤바 음악원을 졸업하던 1829년에, 쇼팽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의 이유는, 음악의 도시 빈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도약의 발판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오페라도 관람하고, 하이든 글루크 모차르트 베토벤(바로 2년 전에 사망)의 생가도 찾아보고,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변주곡의 악보 출판 계약문제, 또 자신의 피아노 연주회 등등의 음악 활동을 위해 빈 여행이 결정되었고, 쇼팽의 아버지는 폴란드 정부에 쇼팽의 이 여행에 대한 보조를 위해서 장학금을 신청하죠.

하지만 기다리던 장학금은 오지 않고, 야속한 회답만 왔는데요, 그 내용인즉슨, 이 계통의 예술가에게는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냥 못 준다고 말해도 서운한 판인데, 거기에 “낭비”라는 말까지 써 있었대요.

할 수 없이 여행경비를 따로 마련해서 빈에 간 쇼팽은 빈에서 살아있는 많은 음악가들을 만났고요, 출판사와 악보 출판계약도 맺었구요, 당시에 유명했던 모쉘레스, 헤르츠, 칼크브렌너와 비교될만한 훌륭한 음악가라는 평도 받았어요. (역사에 남는 사람과 당대에 인정받는 사람은 정말 다른가 봐요...헤르츠, 칼크브렌너 아는 사람 현재는 별로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Allgemeine Musikzeitung 이라는 신문으로부터, “그의 터치는 뛰어난 부드러움을 보인다. 묘사할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테크닉, 완전하고도 깊고 깊은 비밀스런 뉘앙스의 발견, 자연으로부터 아낌없이 축복받은 대단한 대가의 갑작스런 출현. 예고없이 음악이라는 수평선에 나타난 빛나는 별”이라는 등의 찬사를 받았구요, 그 연주회에 이어서 두 달에 걸쳐서 프라하, 드레스덴 등지를 여행하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정작 바르샤바의 보도진들은 외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서 좀 언짢은 빛을 보였다고 해요.

왜 그랬을까요?

내 손 안의 빛나는 별의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낭비니 뭐니 하면서 장학금도 거절했는데, 이웃나라들은 먼저 쇼팽의 진가를 알아보고 대단한 찬사를 보내니, 폴란드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겠죠 뭐 ....

그런 일이 있고나서, 쇼팽은 세계무대를 향해 뻗어나가기 위해서 바르샤바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 준비라는 것은, 성대한 연주회를 가지는 것이었는데요, 그 첫 번째 연주회를 하고나서 바르샤바 쿠리어(Warschauer Kurier)지에 실린 쇼팽의 기사평을 보면,

“우리가 이미 자주 갈채를 보내왔던 쇼팽 씨는 차후에 우리를 더 이상 멀리하면 안 됩니다. 폴란드는 대단한 천재를 세상에 선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그의 명성과 그의 조국에게 상처가 입혀지겠지요.”

아니, 이게 찬사예요? 공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기사죠?

아무튼, 여러 차례에 걸친 바르샤바 연주회에서 쇼팽은 “피아노의 파가니니”라는 말을 듣게되죠.

음악 듣겠습니다.

쇼팽이 신궁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많은 영향을 받고 작곡하게 된 곡이 있죠.

쇼팽의 연습곡 작품 10 중에서 1,2,3,4번입니다. 피아노에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입니다.

준비하세요.....(1:54+1:13+4:1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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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준비하라고 했는지 아시겠죠? 가브릴로프를 왜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가 좋아했는지 아시겠죠? ^.^ 심장이 터질 것 같잖아요. 거침없고, 계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연주였습니다.

 


쇼팽이 친구 티투스에게 편지입니다.

“난 6개월 동안 매일 밤 그녀의 꿈을 꾸고 있어.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한 마디도 말을 건네지 못했어. 아, 내 이상형인데.... 이게 불행인가.... 하지만 혼신을 다해 사랑하고 있어. 그녀를 생각하면서 피아노 협주곡 f 단조 중 라르게토를,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왈츠 op.70-3을 작곡했어. 이 왈츠 너한테 보낼테니 내가 표시한 부분 주의 깊게 잘 봐줘. 너 말고 딴 사람은 아무도 그 뜻을 알 사람이 없어.”

여기 나오는 그녀는 콘스탄티아 글라드코프스카라는 쇼팽의 첫사랑이었는데요, 바르샤바 오페라의 소프라노 가수였어요.

이 사랑이 이루어졌냐고요? 물론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당연하죠.

아니, 곡을 작곡했으면 그녀한테 보내야지, 왜 엉뚱하게 남자친구한테 보내는 거예요? 그러니 그렇게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요!

쇼팽은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었고 다분히 여성적인 면모도 많이 갖추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여성적인 쇼팽 주변에는 당연히 아주 남자다운 남자친구가 있었구요. 티투스라는 친구인데, 수줍음 잘 타고 붙임성 없는 쇼팽과 반대로 어릴 적부터 조숙한 남성이었는데요, 쇼팽은 이 친구에게 많은 것들을 의지하였구요, 이 친구는 쇼팽을 어린애 대하듯 했대죠. 쇼팽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상담도 이 친구한테 했는데, 별 도움은 못 되었던 것 같아요. 콘스탄티아와는 나중에는 같이 연주도 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가슴에 비밀리에 간직하고, 말하지 않았대요.

쇼팽이 바르샤바를 떠날 때 이 콘스탄티아에게 미련을 떨쳐버리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은 쇼팽이 사랑한 이 여인이 사실은 이 여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쇼팽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허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렇게 소심남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조르주 상드라는 시가담배 피우는 남장한 여인이랑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이 편지에 나타난 쇼팽의 왈츠 op.70-3와 (연주시간2:47)

쇼팽의 협주곡 2번의 2악장 라르게토를 들으시겠습니다. (연주시간 8:34)

Artur Rubinstein의 피아노, Alfred Wallenstein 이 지휘하는 Symphony of the Air 의 1958년도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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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 바르샤바를 떠나는 쇼팽의 이야기부터 다음 시간에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