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스승과 제자의 본분\"...프레데릭 쇼팽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4-22
2007-11-27 18:57:09
허원숙 조회수 2985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4월 22일 원고.... 프레데릭 쇼팽 (2) “스승과 제자의 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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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쇼팽은 매일 피아노 연습을 오랫동안 했다고 하죠. 그리고 10도의 음정을 짚을 수 있도록 매일 저녁 나무 조각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놓곤 했다고 하죠.

쇼팽이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던 지브니 라는 선생님은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어요. 선생님한테서는 배울 게 더 이상 없었고, 쇼팽은 이때부터는 독학을 했는데, 음악에 더 자유롭게 임할 수 있게 되고, 또 전통적인 형식에 얽매이는 단계를 넘어서게 되니까 비로소 쇼팽만의 독특한 음악세계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쇼팽이 음악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예요. 시,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누이들, 친구들과 함께 작은 규모의 연극도 많이 했는데, 대본은 물론 자신이 썼구요, 연기도 아주 잘했다고 하죠.

프랑스어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쇼팽이 그 이전의 음악가들이 기본적인 학력이 빈약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쇼팽에게는 모든 교과 과정, 그러니까 언어학, 역사, 신학, 자연과학 같은 모든 과정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도록 했대요. 그 덕분에 쇼팽의 음악은 다른 작곡가들보다도 더 깊은 경지로 갈 수 있었는데요, 무리한 학교 공부와 함께 밤 시간에 작곡 연습까지, 선천적으로 연약한 쇼팽은 그로 인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구요, 요양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하죠.

 


온천 요양을 하고 돌아온 쇼팽은 바르샤바 음악원에 입학해서 요제프 엘스너라는 선생님께 화성학과 대위법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대단히 자유스러우면서도, 작곡에 있어서는 비록 틀에 박힌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였다고 해요.

엘스너가 작성한 쇼팽의 작곡 및 대위법 시간 성적표를 보면요,

1827년. 1학년 학생 프레데릭 쇼팽... 특별한 재능을 보임

1828년. 2학년 학생 프레데릭 쇼팽.... 대단히 재능있음, 건강회복을 위해 여행함.

1829년. 3학년 학생 프레데릭 쇼팽.... 대단히 재능있음, 음악의 천재...

이렇게 점점 더 향상되는 성향을 보였는데요,

쇼팽에게 작곡을 가르친 엘스너 선생님은 쇼팽의 천재적인 소질을 잘 파악하고, 가장 좋은 가르침을 주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3년간, 쇼팽이 작품을 보여주면, “그냥 계속 작곡하도록 해.”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쇼팽은 기존방식과 평범한 방법을 피하려 하고 있으며, 재능은 비상하다”라고 평했대요.

여기서 보면, 선생인 엘스너나 제자인 쇼팽에게서 우리가 배울 점이 정말 많은데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1.기본적인 것은 틀에 박힌 것이라 할지라도 학생에게 꼭 가르쳐준다.

2.그렇지만 학생이 본인의 재능으로 원칙과 법칙을 떠나 날아다닐 수 있게 자유를 준다.

는 것이구요,

제자인 입장에서는,

1.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리 판에 박힌 내용이라 할지라도 일단 다 수용한다.

2. 그리고 나서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나 자신의 세계를 개척한다.

는 것이겠지요.

 


음악을 들을까요?

쇼팽의 폴로네즈 중에서 세 곡을 들을 텐데요, (2:01+2:51+3:34)

11번 G 단조와 (2:01) 12번 B flat 장조(2:51). 쇼팽이 7살 때 작곡한 곡입니다.

14번 G sharp 단조 (3:34) 12살 때 작곡한 곡입니다.

연주에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데미덴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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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29년까지의 쇼팽은 이제 대가로 성장하는 첫 단계에 돌입했는데요, 그 시절에 작곡한 것들은 독일 테마에 의한 변주곡, Rondo a la Mazur, .왈츠, 마주르카...같은 곡들이 있고요, 이 곡을 발표할 때 글 서두에 슈만이 “모자를 벗으시오, 여러분들, 천재입니다.”라고 써서 유명해진 돈 조반니의 라치다렘 라 마노에 의한 변주곡이 탄생했어요.

쇼팽에게 엘스너 선생님이 쓴 편지를 보면요, 엘스너 선생님은 쇼팽이 오케스트라 음악이나, 오페라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는데요, 훌륭한, 인정받는 작곡가가 되려면 오케스트라 음악이나 오페라를 꼭 써야 된다는 그 분의 선입견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쇼팽은 엘스터 선생님의 소원과는 상관없이 피아노 음악에만 주력했는데, 그래도 서운했던지, 엘스너 선생님 말씀대로 전통적인 틀을 지키려고 노력했고요, 거기에 충실한 작품을 드디어 작곡하게 되었는데, 결국 이 곡은 쇼팽 곡 중에서 정말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곡이 되어버렸지요. 바로 18살 때 작곡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1번입니다.

 


음악 들으실까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 작품 4 중에서 1악장 allegro maestoso입니다.(8:05)

러시아의 여류 피아니스트 Vera Gornastayeva 의 1986년 녹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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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쇼팽 곡 같지 않고, 맥 풀린 베버나 약간 김빠진 멘델스존 같지요.

이 곡을 말할 때 꼭 앞에 붙이는 말이 있어요. 18살 때의 습작이라는 말.

이 곡은 따로는 연주가 잘 되지 않고요, 쇼팽 소나타를 전부 연주해야 하는 음악회나 음반 같은데에서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나타나죠. 쇼팽다운 면들은 조금씩 있는데, 틀에 얽매이다보니까 빛을 발하지 못하는 곡이죠. 들으면 답답해지는.... 재능이 아까워서....

 


그러니까 결론은요.

아까 말씀드린 스승과 제자의 배울 점의 제3단계인데요,

1.선생은 판에 막힌 기본적인 내용이라도 가르치고, 제자는 받아들일 것.

2.선생은 학생을 기본원칙에 붙잡아 놓지 말고,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보일 것.

3.억지로 강요하거나 따라하지 말 것. 쇼팽 소나타 1번처럼 이렇게 됨.

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