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영원한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 6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3-11
2007-11-27 18:54:22
허원숙 조회수 3008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3월 11일 원고....“영원한 피아니스트”....아르투르 루빈슈타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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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슈타인은 1년에 120회의 바쁜 연주회 일정 가운데에서도 틈틈이 대학의 초청으로 젊은 음악도들을 위해 특강을 하곤 했는데요.

루빈슈타인이 호로비츠의 자극을 받고, 또 자신의 정확하지 않은 연주에 스스로 충격을 받아서, 산 속에 들어가 피나는 연습 끝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명실상부한 완전한 피아니스트의 표본이 되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그가, 테크닉이 수려하고 음악이 차가운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늘 강조한 이야기가 있어요.

 


“피아니스트는 공장이 아닙니다.

연주라 하는 것은 마음 속에서 나와야 합니다.

당신의 내부에서 불타는 것이 없으면 당신은 청중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운지법의 비결을 묻는 학생들에게는

“내 손에 맞았던 것이 여러분의 손에도 맞는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손가락은 2차적인 도구이며, 중요한 것은 음악의 깊은 의미를 깨닫는 것이고, 손가락 쓰기의 특수마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어요.

 


피아노 연주회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건반이 보이는 왼쪽에 앉으려는 것을 보고,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음악에서 무엇을 느끼느냐, 음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이지 무엇이 보이느냐는 아닙니다.”라면서 이제는 음악회에 가서 건반을 다루는 손을 보려하지 말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유했어요.

사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좋은 것이, 무엇보다도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말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음악 공부를 성실히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겠지만, 정말 모질게 말한 적도 있었죠.

1948년도 6월에 나온 에튀드라는 잡지 인터뷰에서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루빈슈타인은 주저없이 일격에

“당신은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태어나면서부터 피아니스트가 아니라면 당신을 피아니스트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죠.

“만약 당신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로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 음악가는 보통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들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비밀의 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좀 야속하게 들리죠?

 


하지만 정말 재능있는 젊은이라면, 재정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해요.

1970년대 초에는 이스라엘로 연주여행을 하였는데, 여러 차례에 걸친 연주회를 마치고 이스라엘의 젊고 재능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연주회 개런티 전액을 기부했대요.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루빈슈타인에게 주었구요. 루빈슈타인이 기부한 개런티에 비하면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작은 액수였다죠. 하여튼 이스라엘은 루빈슈타인을 기리기 위해 텔아비브에 1974년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국제 콩쿨을 개최했고, 이 콩쿨에서는 엠마누엘 액스라든지, 게르하르트 오피츠, 그리고 얼마전 우리나라의 손열음 같은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했지요.

 


음악 듣겠습니다.

루빈슈타인의 연주로 슈베르트의 즉흥곡 op.90-3번과 4번을 감상하시겠습니다. 1961년 (74세)의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6:07+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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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이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연주였습니다.

 


어린 루빈슈타인을 데리고 요셉 요아힘을 찾아간 부모에게, 이 아이를 피아니스트로 교육시키기 위해서 은행가를 3명이나 소개시켜주었던 이야기 아시죠.

그 어린 아이가 이렇게 자라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었네요.

그리고 그 어릴 적 요아힘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어리고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를 발굴하고 힘을 실어주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었네요.

 


누구에게선가 도움을 받으면 그 은혜를 나에게 도움을 준 그 사람에게 돌리지 말고 또 다른사람을 위해서 베풀라는 말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듣고 살았는데, 루빈슈타인이 바로 그런 분이었네요.

 


루빈슈타인은 당대 최고의 액수로 연주회 개런티를 받았다고 해요. 그런데도 루빈슈타인의 경제적 형편은 그리 풍족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물론 부자였긴 부자였죠. 파리와 뉴욕, 그리고 LA 베버리 힐즈, 이렇게 3곳에 집이 있었으니까요. 그 집들은 연주 생활을 위해서 없어선 안 되는 필수품이었다고 봐야겠죠.

루빈슈타인은 최고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자기 출연료를 몽땅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친구가 놀리는 말로,

“자네는 매년 마지막 50회분 연주회는 미국에다 세금 내려고 연주하는군.”이라고 말했대요.

 


음악 듣겠습니다.

Falla의 피아노 협주곡 <스페인 정원의 밤> 중에서 제3악장 In the Gardens of the Sierra de Cordoba입니다. (연주시간7:08)

유진 오만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피아노 협연에는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입니다. 1969년 녹음이니까 82세 때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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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였어요. 이러고도 8년을 더 연주했어요. 90세에 은퇴했는데, 눈 때문에 은퇴했다죠. 건반이 안 보여서.... 은퇴하고 5년 더 사시고 세상을 하직하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