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호수속으로 사라진 피아노\"...뒤샤블.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1-07
2007-11-27 18:50:27
허원숙 조회수 2979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1월 7일 원고

 

<호수 속으로 사라진 피아노... 프랑수아-르네 뒤샤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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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뭘 보고 계신가요?

 


(허) 사진 두 장인데요, 한 장은 50세의 프랑스 남자가 착잡한 마음으로 멍하니 앞을 보고 있는 사진이구요, 또 한 장은 호수 안에 검은 피아노가 한 대 떠 있는 사진이예요. 아니, 떠 있는 게 아니라 이제 가라앉으려는 사진이지요.

 


(이) 홍수가 난 건가요?

 


(허) 그런 건 아니구요, 프랑스쪽의 알프스의 한 호수 안에 피아노를 빠뜨린 거예요.

어떤 피아니스트가 이제 다시 무대에 서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은퇴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인 거죠.

이 사건의 주인공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프랑스 최고의 피아니스트 프랑수아-르네 뒤샤블인데요, 1952년생인 이 피아니스트는 1998년부터 공공연하게, 자신이 50세가 되면 무대공연사업에서 은퇴하리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요, 그가 50세가 되던 2002년이 지나고 2003년 여름, 예정대로 그는 마지막 연주회를 가졌고, 그가 내린 결정, 그의 은퇴를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고 하죠.

7월 25일 조용하고 평온한 알프스의 파르크 뒤 메르컹투르 (Parc du Mercantour) 의 한 호수 위에 굉음을 내면서 헬리콥터가 떴구요, 거기엔 육중한 그랜드 피아노가 매달려있었죠. 그리고 얼마있다가 그 피아노는 호수 안으로 사라진 거구요.

 


(이) 은퇴도 좋지만 좀, 방법이 너무 잔인한 것 같아요. 꼭 그렇게만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건지 궁금하네요.

 


(허) 물론 그 방법에는 저도 찬성할 수 없고, 말로만 듣기에도 불편한 상황이긴 한데, 공연사업이라는 것들도 정말 예술과는 먼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곳 아니겠어요? 그런 구조적인 모순과 불화들이 그를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게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 거죠.

프랑수아-르네 뒤샤블은 1965년에 열세살의 나이로 파리 콩쎄르바토아의 피아노부문 1등상을 수상했구요, 16살이 되어서는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우승자가 되었어요. 21살에는 사샤 쉬나이더 재단 상을 수상했구요, 파리의 Salle Gaveau (가보 홀)에서 연주회를 했는데, 당시 아르투르 루빈쉬타인이 그 연주회에 참석해서 그의 연주를 듣고는 강력한 후원자가 되었죠.  그 이후의 그의 경력을 말하자면 메뉴인에서 카라얀까지 세계적인 대가들과 협연을 하였구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주여행들, 음반 녹음.... 그런 일에 파묻혀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내 삶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이) 대단한 커리어와 또 피아노를 호수에 빠뜨린 대단한 성깔을 지닌 프랑수아-르네 뒤샤블의 연주가 궁금하네요. 오늘 감상할 곡은 무슨 곡?

 


(허)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준비했는데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이구요, 지휘에는 알랭 롱바르 (Alain Lombar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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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샤블은 1988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피아니스트가 되었는데, 나이 들어서는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지저분하게 날리고 그랬지만, 젊었을 때에는 깔끔하고 순수한 모습을 지녔구요. 순수한 열정을 지닌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사실은 모순과 대조감이 뒤엉켜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해내는 피아니스트였죠. 열렬한 성격으로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과대함을 품고 있었고, 꾸미지 않은 모습 속에서도 덜 세련되었다고 부를 수도 없는, 다면체적인 모습이라고 해요. 친구들이 많았지만, 외로운 사람이었구요,

대도시에 살지 않고, 산골에 은둔하듯 살았다고 해요. 연주할 때만 도시로 나갔다가 연주가 끝나자마자 다시 산골로 잠적해버리는....

그러니, 뒤샤블의 도발적인 은퇴선언과 퍼포먼스는 정말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누가 물었나봐요. 그랬더니 뒤샤블은 

“나에게는 깨끗게 씻는 제스츄어가 필요했다. 왜냐? 내가 더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시점이 되면, 사회적인 성공이나, 명성, 물질적 부유함이 아닌, 삶의 질, 사회에의 기여, 진정성과 성실함 같은 것들에 훨씬 많은 가치를 두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피아노에게도 일종의 세례예식처럼 깨끗게 하는 의식을 행해야 한다는 거였구요. 그런데 문제는 깨끗게 하기 위해 호수에 빠뜨렸던 피아노가 사실은 고물피아노였다는 거예요. 연주회 주최측에서 연주용 피아노를 절대로 희생시킬수 없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그렇게 했다는 말이 있구요.

 


뒤샤블은 “나는 전혀 사교적이거나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고, 또 그런 연주를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 사실 연주가로서의 국제적인 경력 그런 것들은 이제까지 한 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이제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은, 브장송의 병원에서의 연주라든가, 사회요양시설에서의 연주, 그리고 탄광촌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같은 일이다. 그런 연주는 나에게 도쿄, 런던의 유명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일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프랑스처럼 이렇게 다양하고 특별한 나라에서는 이제 다양한 사회계층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 교감하는 그런 일들을 시작하여야 한다.” 라고 말했어요.

 


뒤샤블은 현재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 살고 있는데, 그 원칙은...

1.음악은 거래의 도구가 아니다.

2.음악은 함께함, 나눔, 기쁨과 동의어로 남아야한다.

 


그리고 그런 미션을 세상에 전파하고자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야외음악회라든지, 호숫가, 또는 호수위에서 하는 음악회, 산 속에서의 음악회, 공원에서의 음악회, 자연과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는 곳에서든지 연주회를 열고 있고요, 전통적인 음악회 방식이 아닌, Sound 와 Theater 의 혼합, 음악과 불꽃놀이의 혼합과 같은 말하자면 퓨전 콘서트를 열고 있지요.

프랑수아-르네 뒤샤블의 연주로 감상하실 곡은,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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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샤블에 대해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욕심이 지나친 사람인데, 생각만큼 성공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에, 또 자신이 새로 녹음한 베토벤의 협주곡 전곡 음반을 선전할 목적으로 헬리콥터로 피아노를 호수에 빠뜨리는 충격적인 일을 했다, 죄없는 피아노는 왜 호수에 빠뜨리냐, 치기 싫으면 차라리 팔지.... 뭐 그런 이야기들....

진실은 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피아니스트로 세상 살아가는 것도 힘들구나. 에고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