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5-11-19 비제
2007-11-27 18:46:37
허원숙 조회수 2388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5년 11월 19일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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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 중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라는 게 있어요.

1802년 나폴레옹이 제정한 훈장인데,

공로가 큰 군인이나 문화예술인에게 주는 훈장이라구 하죠.

1875년에 그 훈장의 주인공이 누군지 아세요?

<카르멘>을 작곡한 비제인데요.

훈장을 받게 된 경위가 아주 독특합니다.

1875년에 비제는 오페라 <카르멘>의 초연을 앞두고 병이 났는데

그 증상이 점점 더 악화되더니 공연이 연기되기에 이르렀대요.

비제가 1875년 6월에 사망했으니까, 비제가 죽기 몇 달 전의 일이었는데요.

비제의 친구들은,

비제가 이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구,

그러면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못 타게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몹시 염려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친구들이 의논한 끝에

“우리 중에서 대표를 선정해서 그 대표가 문화부 장관에게 건의를 하자.

그래서 <카르멘> 공연 전에라도 비제가 훈장을 탈 수 있게 문화부 장관에게 말하자“

하구선,

그 대표가 문화부 장관을 찾아갔대요.

“장관님, 조르주 비제 씨를 위해 훈장을 품신하는 것이 저희들의 의무라고 생각되어서 이렇게 장관님을 찾아왔습니다.”하니까

장관이 “비제라는 분이 어떤 분인가요?”

하고 물었대요.

그래서 비제 친구들이

“비제는 탁월한 음악가로서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아를의 여인>도 그의 작품입니다.”

그랬더니, 장관이 눈이 휘둥그래 가지고
“아, 그래요? 그 작품 정말 훌륭한 작품이지요. 나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토록 뛰어난 책의 저자가 아직도 훈장을 못 받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당장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대요.

장관은 비제를 <아를의 여인>을 쓴 문호 알퐁스 도데와 혼동했던 거였죠.

어쨌거나 비제는 알퐁스 도데와 혼동한 문화부 장관 덕분에 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죠.

 


이렇게 헷갈리는 상황에서 엉겁결에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까 불안할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비제에게는 아마도 그럴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 상 받자마자 죽었으니까......

 

비제의 아를의 여인 중에서 제1조곡 중 아다지에토와 제2조곡 중에서 미뉴엣을 감상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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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는 지독한 마마보이였다고 하지요.

19살 때 부모 곁을 떠나 로마에 유학하면서,

어머니가 그리워 다른 여자와 사귄다는 사실을 엄마한테 편지로 알렸고,

편지 끝에는 어머니가 그리워 다른 여자와 사귀어 보았지만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정은 느낄 수 없었으며 그런 여자들을 집에 데려오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썼던 적도 있었대요.

마마보이라 자신이 바라는 여성상이 어머니의 모습이어야 하다보니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찾을 수 없어서 이리저리 방황했었는데,

그러던 비제가 22살이던 해에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셨고, 그 이후로는 많은 여성들과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생긴 가치관이라는 게, “여자는 엄마 또는 창녀”로 분열되어 나타났다고 해요. 이런 것은 마마보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된 분열인데, 이런 청년들은 사랑과 성에 있어서 심리적인 갈등을 느끼게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를의 여인>이나 <카르멘>같은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본능대로 살면서 자유로운 정열과 욕망을 발산하고 있다고 하죠.

<아를의 여인>이나 <카르멘>은 사회적 윤리나 도덕에서 벗어난 여인상을 그린 것인데, 어쩌면 비제는 자기의 욕망과 정열을 발산하고 싶어 이 작품들을 썼는지도 모르죠.

아무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살고 싶은 욕구의 표출로서 이들 작품  중의 여인들로 하여금 본능대로 살게 하고 불과 같은 정열과 생명력으로 자유와 해방을 선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대상을 비제가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택한 것은 <어머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죠.

아버지 콤플렉스도 있는데요,

모차르트도 아버지라는 존재와 갈등을 오페라 <돈 조반니>를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결했다고 하죠.

어릴 적 환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는 게 바로 이런 정서적인 영향력이 평생을 가기 때문에 그런가 봐요.

하지만 이 작곡가들의 삶이 이랬기 때문에, 더욱 더 훌륭한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비제의 카르멘 중에서 카르멘의 아리아, Seguidilla 와 (연주.Julia Miguenes Johnson)

돈 호세의 아리아 <꽃노래>를(연주.P.Domingo) 감상하시겠습니다.

 

 

 

*참고문헌: 모차르트의 귀 (문국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