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5-11-12 나쁜남자
2007-11-27 18:46:11
허원숙 조회수 2833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5년 11월 12일 원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세요?

오늘은 나쁜 남자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Mozart :

Als Luise die Briefe ihres ungetreuten Liebhabers verbrannte

(루이제가 그녀의 불성실한 애인의 편지를 불태웠을때)

 


계절은 지금처럼 가을이나 겨울, 거실 한 쪽 벽에서는 벽난로가 따스한 온기를 내뿜고 있구요, 그 앞에는 젊은 여인이 있네요.

그런데 방금 한참을 울었던지,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 되어 버렸고, 벽난로 앞은 무슨 종이같은 것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네요.

단호한 피아노의 전주에 이어서 격앙된 여인의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우수에 가득찬 아름다운 사연들.

뜨거운 환상과 달콤한 순간으로 가득 찬 이 사연들.

다 끝나버렸구나.

 


여태껏 보물단지처럼 소중하게 간직해 온, 애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들이 이제 한낱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게 된 순간입니다.

이제 노래의 초점은 방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편지들로부터, 벽난로의 불길로 옮겨집니다.

그 불길은 바라바라바라바라... 하는 피아노의 32분음표로 잘 묘사되어있지요.

 


뜨거운 정열로 씌여진 편지.

그래 내가 다시 너희들,

활활 타오르는 불 속으로 다시 보내줄게.

그리고 편지 뿐 아니라 그 편지와 함께  내게 불러 준 그 노래들도 다 함께.

아, 그 사람. 나에게만 노래를 부른 게 아니었어.

 


타오르는 벽난로에 편지뭉치를 던져 넣자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면은 피아노의 음형이 점점 상승하면서 커지는 형태로 묘사되어 있죠.

 


타버려라 타버려.

너희들 모두.

흔적도 남기지 말고 다 사라져라.

 


그 많던 편지들. 어느 새 다 타버리고 이제 벽난로에는 재만 남았군요.

피아노의 바라바라바라 하던 부분이 다 끝나 버린 걸로 알 수가 있죠.

그러더니 이 여인.

이글 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노래합니다.

 


너희들 편지들은 다 타 사라졌지만,

너희들을 쓴 그 사람은

내가 가슴 속에서 오래도록 천천히 태워버릴꺼야.

 


모차르트의 가곡 Als Luise die Briefe ihres ungetreuten Liebhabers verbrannte (루이제가 그녀의 불성실한 애인의 편지를 불태웠을때)입니다.

 


소프라노 Elisabeth Schwarzkopf 의 노래와 Walter Gieseking 의 피아노로

감상하겠습니다. (1분 53초)

 

 

 

------------------------------------

 


Mozart: Das Veilchen

Medtner: Das Veilchen

 


나쁜 남자 두 번째 이야기는요....

사실은 나쁜 남자 이야기가 아니구요, 괴테가 쓴 귀여운 시인데요.

제비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들판에 피어있는 제비꽃이 공상에 빠졌습니다.

꽃 중의 여왕도 아닌 그저 그런 들꽃인 자기를,

누군가가 예쁘다며 따서 가슴에 잠시 꽂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그런 행복한 공상이요.

그런데 정말 저~기 멀리서 누군가 나타났군요.

랄라라 랄라라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들판을 가로질러 오는 저 사람은

양치기 소녀입니다.

“우와~ 신난다.

이제 난 저 양치기 소녀가 날 꺾어서 가슴에 잠시라도 꽂고 다닐꺼야.

다들 날 부러워하겠지.“

그런데, 그 양치기 소녀는 제비꽃의 예상과는 달리,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심코 콱! 제비꽃을 밟아버렸군요.

그 제비꽃은 무참히 밟혀 죽어가면서도 기뻐하는데...

“그래도 난 그녀의 발에 죽어간다. 그녀의 발에...”

불쌍한 제비꽃.

정말 예쁜 제비꽃이었는데...

 


괴테의 이 시를 아주 다른 두 가지의 노래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들으실 곡은 모차르트의 <제비꽃>입니다.

이 노래는 그야말로 동화처럼 소박하고 귀여운 이야기처럼 되어있습니다.

 


이 후에 들으실 곡은 러시아의 작곡가 Nikolai Medtner 의 가곡 <제비꽃>입니다.

분명 같은 시인데, 이 곡은 처절한 비극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이 곡을 들어보면 단순히 제비꽃과 양치기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순박한 시골처녀와 그녀의 맘을 사로잡고 결국은 그녀를 죽이는 나쁜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돌변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도 시골처녀는 죽는 순간에도 생각하지요.

“그래도 이 마을에서 그 사람이 사랑한 여자는 나였어.”라고요.

 


모차르트의 가곡 제비꽃과 러시아 작곡가인 메트너의 제비꽃을 들으시겠습니다.

 


모차르트의 제비꽃은

소프라노 Barbara Bonney와 피아니스트 Geoffrey Parsons가, (2분 43초)

메트너의 제비꽃은

카운터테너 브라이언 아사와의 노래,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는

성 마틴 아카데미 관현악단의 연주입니다. (3분 21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Mahler: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1.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

        3.Ich hab' ein gluehend Messer

 


나쁜 남자 이야기만 해서 남자분들 너무 속상하실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여인에게서 버림받은 착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말러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에 첫 번째 노래와 세 번째 노래인데요.

 


1. 내 님이 결혼하던 날

 


첫 장면은 자기를 놔 두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애인 때문에 괴로워하는

청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내 님의 결혼식 날,

행복한 결혼식 날.

나에게는 너무 슬펐던 날.

나는 내 골방으로 들어가,

어두운 방.

울고 울고

내 님 때문에 울고.

내 사랑하는 님 때문에 울고....

 


장면이 바뀌면 아름다웠던 과거의 회상이 시작되지요.

 


푸른 꽃아, 푸른 꽃아

시들지 마라. 시들지 마라.

귀여운 새야, 귀여운 새야.

푸른 들판에서 노래 불러라.

이 아름다운 세상.

짹짹, 짹짹

 


다시 현실로 돌아온 청년은 절망에 빠집니다.

 


노래부르지 마, 꽃 피지마.

봄은 다 지났어.

이제 노래는 끝이다.

이제 잠들 시간.

슬픔만 남았네.

슬픔만 생각하네.

 

 

 

3번째 노래는요,

<내 가슴에 번쩍이는 칼>이라는 제목인데요,

첫 곡과 같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노래입니다.

마음 속에서 사랑하는 애인을 끊어내려니까 너무 가슴이 쓰려서 마치

칼을 가슴에 품고 있다고 말하는 노래입니다.

O Weh 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아 아프다 라는 부분인데,

바로크 시대에도 그랬고 그 이후로도 쭈욱 낭만시대까지

아픔을 상징하는 부분에서는 다 이렇게 하강하는 반음을 써서 표현했죠.

 


내 가슴에 번쩍이는 칼 있다.

아파, 아파.

너무 깊이 잘라내는구나.

모든 기쁨. 모든 행복.

너무 깊게, 너무 깊게

아, 정말 못된 불청객이구나.

집요하게 날 붙잡아

쉬지도 못하게,

밤이나, 낮이나

아파, 아파.

 


장면이 바뀌면,

눈길 가는 곳마다 그녀의 모습이 눈에 밟혀 괴로워하는 청년의 모습이 나오죠.

 


하늘을 쳐다보면 그녀의 푸른 두 눈동자

아파, 아파

누런 들판을 보면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금발머리

꿈에서 놀라 깨어나면

은방울 같은 그녀의 웃음소리

아파, 아파

차라리 검은 관 속에 누워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으면!

 


노래에는 Thomas Hampson, Leonard Bernstein 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연주입니다.

(연주시간 4분 25초 +3분 20초= 7분 4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