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5-10-29 슈만의 <연꽃>
2007-11-27 18:44:41
허원숙 조회수 2842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22:00~24:00)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5년 10월 29일 (토)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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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mann:Lotosblume

슈만:연꽃

 

 

 

두 번째 들으실 노래는요...

애절한 사랑에 대한 노래인데요,

로미오와 줄리엣, 삼손과 델릴라... 뭐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고요,

꽃과 달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독일어에서 <달>은 남성명사지요.

이태리어의 La Luna, 영어의 Moon 다 여성명사인데 반해서,

독일어에서의 Der Mond 는 남성명사예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달에다 소원을 빌고 하는데,

그 소원 비는 사람이 전부 여자들이란 말예요.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달이라면 남성명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부질없이 해보았습니다.

 


암튼,

이 달님이 애인으로 등장하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이 달님을 사랑하는 여인은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이구요.

 


“연꽃은 낮에는 햇빛이 두려워 고개를 수그리고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해가 지고 밤이 되면 그의 애인인 달이

부드러운 달빛으로 연꽃을 깨우고

그녀의 얼굴의 면사포를 들추어 고결한 꽃의 얼굴을 드러내게 만든다.

연꽃은 피어나, 발그스름 달아오르며 빛을 내고 먼 하늘을 쳐다보다가

향기를 뿜으며 울음을 울며 전율을 하는데,

그것은 사랑과 사랑의 아픔 때문이리라.“

 


이런 내용의 시이지요.

 


연꽃이 연못에 조용히 피어있는 모습을

이다지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로 감동적인 시로 쓴 사람은

물론 하인리히 하이네 이구요.

또 이 시의 장면을 눈으로 보듯이,

손으로 만지듯이,

또 향기를 내뿜는 음악으로 만든 사람은

슈만이지요.

 


이 곡을 보면 처음에

낮의 해가 두려워 고개 숙인 꽃의 모습을 나타낸 부분에서는,

피아노 반주에 낮은 베이스의 음을 첨가해서 마치

강렬한 해를 부담스러워 하는 연꽃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태양은 달의 라이벌이지요.

마치 사람에게서처럼,

너무 남성우월적이고 격정적인 남자에게 부담을 느끼는

가녀린 여인의 모습같아요.

사실 이 여인은 애인이 따로 있는데.

그 애인은 아주 섬세하고, 이 여인을 존중해주고 빛나게 만드는

그런 멋있고 부드러운 남자이지요.

바로 그 역할을 하는 달빛이 이제 내리쬐는 순간이 왔습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장면을 묘사한 이 음악의 순간은

단 한마디로 표현되는데,

왼손의 베이스가 사라지면서.

오른손의 화음이 한 옥타브 위로 자리잡는 순간입니다.

정말 단순한 부분인데요, 그 아름다움은 어떤 화려함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제

달님은 그녀의 애인, 그녀를 달빛으로 깨운다는 부분에서부터

피아노 파트를 유심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베이스가 모두 사라져버렸어요.

뭐냐...

해가 사라진 거죠.

그리고 아까 달 뜨는 장면에 오른손이 한 옥타브 위로 간단하게

자리잡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는 왼손의 화음도 오른손과 가까이 위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흥분하는 화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인데요,

마치 하늘로 영혼이 올라가는 장면같습니다.

달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연꽃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음은 하늘 꼭대기에 올라갔지만,

사실, 뿌리는 연못바닥에 박혀서,

전혀 움직일 수 없네요.

그리고, 눈물 흘리고 부르르 떱니다.

사랑 때문에도 전율이 있지만,

그보다 더한 사랑의 고통 때문에 너무 안타까워서요.

피아노 반주도

하늘로 올라가기를 멈추고 다시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네요.

그리고 연못 바닥 깊은 곳에 다시 자라잡네요.....

슬프죠....

 


노래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