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마이 카!
2007-11-27 18:42:21
허원숙 조회수 2628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왼손 넷 째 손가락을 보았다.
빨간 색실이 지나가는 것처럼, 가늘게 손가락에서 피가 비친다.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운전석 문 손잡이가 도장이 벗겨졌는지, 껍데기가 일어나면서 손가락을 베어버린 거였다.
"이 놈의 차! 으이그...."
운전을 하는데 방금 벤 손가락이 계속 쓰리다.


5년 전 그러니까 1999년 겨울, 말썽부리던 헌 차를 팔고 새 차를 구입하고 한동안 얼마나 신나게 차를 타고 다녔던가.
주차장에 세워놓은 내 차를 보면서,
"역시 내 차가 모양도 제일이야. 힘도 세고....
암튼 난 이 차가 딱이야!" 하면서 얼마나 뿌듯했던가.
그러기를 잠시.
어느 덧 내 차는 엔진도 힘이 없고, 광택도 다 없어지고, 이리 받치고 저리 찍히고, 상처 투성이의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고....
어느 날부턴가는 신모델 차를 보면 내 고개가 절로 옆으로 돌아가면서 내 차에 대해서는 은근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올 봄에는 운전석 위의 햇빛 가리개를 고정하는 홀더 (한국말로 뭔지... 이럴 땐 '거시기'라고 해야만 하는가...) 가 박살이 나면서 고정이 덜 되어 거의 내 이마로 받치고 다녀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지난 여름엔 두 달 동안 땡볕에 차를 세워놓았더니, 차 안 내장이 온통 불었는지 들 떠 와글거리고, 이제 가을이 되니 손잡이 도장이 터져서 내 손을 베질 않나....
이 놈의 차, 으이그....

 

그러고 보니, 차는 애인과 같다는 말이 정녕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엔 내 차가 이 세상에서 젤 예쁘고, 젤 똑똑하고, 젤 튼튼했는데....
처음엔 눈빛만 봐도 차 어디가 아픈지 알 것 같았는데...
이젠 광택도 탄력도 다 사라지고, 우둥퉁한 모습만 남아,
오늘은 여기 아프다, 내일은 저기 아프다며 엄살을 피운다.
내 눈은 싱싱하고 예쁜 새 차로 돌아가고...
으흐흐.
어쩜 이렇게도 사람 사는 일과 똑같을까...

그래도 넓은 주차장에 찌그러져 서있으면서 주인을 태우고 갈 시간만을 기다리는 내 차를 보면,
" 모습이 비록 지금은 이래도,
지난 세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 안전하게 태워다 준 꽤 쓸모있는 녀석이었지"하면서
섭섭한 마음을 고마움으로 채워 보려고 애쓴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