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병상일지
2007-11-27 18:38:25
허원숙 조회수 2418

얼마 전 일이다.
몸의 증상이 수상쩍어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2001년 7월. 암환자가 된 이래로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한다던가, 음식을 조심한다든가 하는 일들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원래 나 살던대로 그냥 살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운동도 해보려고 가까운 검도장에 나가, 조금씩 죽도를 들고 흔들어대다가 엑스레이 찍어보니, 우측 7번 갈비뼈가 나갔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완전히 맛이 가서 그 아까운 호구도 팽개치고 집에서 어떤 체조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다.
음식 조절도 해 보겠다고, 우선 몸에 가장 해롭다는 커피부터 끊어보겠다고 한 두 번은 시행에 옮겼으나, 나의 단 한 가지 기호품 커피를 끊는다는 것은 정말 너무 비참해 그것도 그냥 마시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암환자랍시고 건강을 위해서 내가 내 몸에 하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일이 딱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몸에 무슨 조그만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즉시 곧바로 병원으로 쪼르르~ 다람쥐처럼 모든 일 다 팽개치고 달려간다는 사실이다.
눈이 따끔거린다 하면 곧바로 안과로, 귀가 윙윙거린다 하면 곧바로 이비인후과로, 골이 땡땡 아프면 내과로 기양! 직행해대곤 했는데....


병에 대한 나의 놀라운 직감력은 2001년 유방암 자가 조기발견의 쾌거를 이루었다.
그 날 그러니까 병을 발견하던 날은, 불과 이틀전 서울시 중구의 모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이 분에게는 선생님 칭호를 붙이지 않을 거다. 왜냐! 오진을 했거든! 그 후 즉시 난 병원을 옮기고 지금까지 만족한 치료를 받고 있다.) “깨끗하니 6개월 후에 다시 오세요” 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후였다.
자동차 운전을 하려고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느라고, 오른손이 가슴을 스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게 뭐야? 웬 콩알같은 게 만져지지?”
이 순간이 내가 나 스스로 나의 1기암을 발견해내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감격은 웬 감격? 각설하고....


며칠 전 그 때도 몸이 좀 평소와 달라서 나의 제2의 고향격인, 일산의 국립암센터에 갔다.
거기가 왜 나의 제2의 고향이냐고?
그건, 내가 그 병원에서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지....
담당 의사선생님 하시는 말씀.
"저, 입원하셔서 조직검사를 받으셔야겠는데요..."
아이구머니나! 암이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서서 모든 일을 다 뒤로 미루어두고 병원에 입원했다.
말이 입원환자지, 사실 별로 아픈 곳도 없었다.
괜히 환자옷만 걸쳐 입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보온병에 물도 떠 오고 하는 일 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병원 밥이나 축내고 배 두드리며 누워있었는데... 간호사가 무슨 약을 주면서, 하는 말이..
“저, 이거요, 좌약인데요, 있다가 밤 9시에 두 개 다 한꺼번에 밀어넣으시고요, 20분 참으셨다가 용변 보세요.” 하는 게 아닌가!
오전에 물어봤을 때에는 분명히 관장도 않고, 편하게 조직검사할 거라고 그래놓구선 이제 와 관장이라니!
그럴 줄 알았으면 저녁 조금만 먹을 것을... 으아....
드디어 시간은 흘러 밤 9시가 되었고 난 착한 환자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초죽음이 되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수술실에 들어간 나에게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 마취는 전신마취가 아니고 혈액으로 하는 부분마취인데, 깨어있는 것은 아니고 잠을 주무시게 됩니다.
수술 준비할 때에는 깨어있지만, 곧 잠에 빠지실테니까 걱정마세요.”
‘야~! 마취도 많이 발전했구나. 부분마취인데도 잠을 자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난 현대의학의 발전에 감탄을 하면서 수술 준비에 들어갔는데....
드디어 의사 중 한 명이 내 링거바늘에 무슨 주사를 꽂았다.
갑자기 하나, 두울, 세에엣, 네에에에.... 몽롱해지면서 자꾸 잠이 왔다.
‘야, 이렇게 잠이 드는 거구나!’
나는, 나의 신체적 상황을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싶어서,
“선생님, 자꾸 졸리네요.”했다.
그런데 그 주사 놓던 양반, 나에게 하는 말.
“아직 마취주사 안 놨는데요?”
“그러면, 지금 놓은 주사는 뭐예요?”
“아, 그건 마취주사 들어갈 때 많이 아파서, 좀 덜 아프라고 미리 링거맞는 손부분만 살짝 약기운을 쐰 거예요.”
예민한 건지, 엄살이 심한 건지...
아무튼 나 자신이 무지 한심한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는데....
“일어나세요!” 하고 간호사가 날 건드렸다.
‘아, 나 참 병원에 왔지. 수술해야 되는데, 참!’
눈을 떠보니, 이게 뭔가!
아까 들어갔던 수술실이 아니고, 회복실이다.
옆에 누운 어떤 할아버지는 마취가 깨느라고 오만상을 찌뿌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벌써 수술 끝났네... 빠르기도 하지.’


조직 검사 결과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건 좀 더 기다려봐야지. 검사 결과 나오는데 일주일은 꼬박 걸리니까....


2004.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