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Emil Gilels 4
2007-11-27 18:32:45
허원숙 조회수 1709

2000년 7월 23일 (일)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 (Emil Gilels)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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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이 회고하는 길렐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피아노 교사가 간곡하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연주를 들어봐 주지 않겠냐고 부탁하더군요. 다들 아시다시피, 그런 일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 소년은 정말 달랐어요. 맙소사!
난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요. 붉은 색의 머리숯이 유난히 많은 어린 소년이었는데, 머리가 유난히 짧았지요. 얼굴에는 주근깨가 다닥다닥 나있는 어린 소년이었는데.....아, 말로는 설명이 안되요....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지... 만약 그 애가 이곳에 온다면, 난 짐싸고 떠나야 된다는 것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당시 열여섯 살의 풋내기 소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마흔 다섯의 거장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이 자신의 피아니스트로서의 미래에 위협을 느꼈다는 내용입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는 그의 동료였던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와 여러 면에서 비교되곤 하지요.
서정적인 음악성을 지녔던 리히터에 비해, 굳건하고 명확한 구조적 아름다움을 지닌 길렐스는 이런 확고한 형식미를 통해 베토벤이나 브람스와 같은 구조적이면서도 스케일이 큰 음악을 훌륭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졌지요. 또 그의 테크닉은 낭만적인 감정을 넘치지 않도록 조절하기 때문에 절대 과장되거나 현란함 자체가 아닌 절제미로 승화되어 있습니다.
1955년 미국 데뷔를 마치고 그에게 내려진 평가는 “당당한 계보를 지닌 비르투오소”, “최정상급의 피아니스트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하지만, 1985년 69세를 일기로 타계한 후 길렐스를 더욱 소중한 피아니스트로 기억하게 하는 것은 “절제하는 아름다움”과 “중용”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마지막 음반이 되어버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의 녹음은 그런 그의 깊이있는 음악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지요.

 

에밀 길렐스의 연주로 ___________를 감상하시겠습니다.

 

(감상 후)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
오늘까지 4회에 걸쳐 절제미와 균형미의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의 음악과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