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봄에 부쳐....
2007-11-27 18:31:26
허원숙 조회수 1764
어느 뚱뚱한 여인이 양장점에 옷을 맞추러 갔습니다.
양장점의 남자 재단사가 그 여인의 칫수를 재려고 그 여인의 몸에 자를 갖다댑니다.
그런데 그 재단사. 칫수를 재는 건지, 몸을 더듬는지 도무지 모르겠군요.
화가 난 뚱뚱한 여인은 그 재단사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칫수는 재지 않고 왜 남의 몸을 더듬는 거예요?"
땀을 찔찔 흘리며 여인의 몸을 더듬던 재단사가 말합니다.
"아, 사모님. 사실은 사모님 허리가 어딘지 몰라서...."

결국 이 이야기의 화살은 뚱뚱한 여인에게로 향하는군요.
몸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해서, 옷을 만들라는 거야!
하지만 또 다른 생각도 해 봅니다.
허리라는 것이 언제부터 잘룩한 곳이었던가?
허리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해. 그렇지 않으면 여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무슨 말을 할 때에도 잠깐씩 생각합니다.
"선입견을 버리라."
"경우의 수는 무한대다."

봄이 되었습니다.
싱그러운 꽃내음이 풍겨나고, 눈을 즐겁게 하는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도 버리렵니다.
왜냐면, 생명의 계절에 깊은 산 응달진 곳에서는 지난해 겨울 내내 남아서 목숨을 지탱해왔던
아름다웠던 얼음과 눈송이들이 시름시름 알아눕다가,
결국에는 그 일생을 마감하는 장렬한 순간이 함께 하는 계절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