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Friedrich Gulda 3
2007-11-27 18:30:01
허원숙 조회수 1855

2000년 7월 19일 (수)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 Friedrich Gulda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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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음악평론가 칼 뢰블 (Karl Loebl)은 말합니다.
“모차르트의 연주는 아름답고 단순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감성과 생동감, 성실함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자연스럽고 객관적이면서도 애정어린 눈길과 또 공손함이 깃들어있는 굴다의 모차르트 연주야말로 모범적인 모차르트 연주라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굴다의 모차르트를 들으면 아주 건방진 모차르트가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큼 굴다의 모차르트에는 다양함이 담겨있다는 말이겠지요.


오스트리아 빈에서 있었던 굴다의 연주회 때였습니다.
전반부에는 굴다의 지휘와 솔로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되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의 힘찬 박수가 연주자에 대한 사랑을 담아 따뜻하게 연주회장을 가득 메웠지요.
그리고 후반부가 시작되었고 굴다의 지휘로 굴다가 작곡한 작품이 연주되었습니다. 곡이 시작하자마자 청중석에서는 여느 재즈 콘서트에서처럼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지요. 그러자 갑자기 지휘를 중단하고 객석을 향해 뒤돌아 본 굴다가 청중을 향해 툭 말을 내뱉습니다.
“아니,아까 모차르트 연주할 때에는 얌전하게 감상하시더니 왜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뀐 겁니까? 아까 왜 모차르트 시작하고 나서도 박수치지 그렇셨어요?”
객석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고 굴다는 다시 한 번 열렬한 박수 세례를 받았습니다.
프리드리히 굴다는 바로 그런 점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똑같은 청중인데 음악에 따라 반응하는 모양새가 다르듯이, 굴다 자신도 자기 안에 내재되어있는 음악을 끌어낼 때 느끼는 다양함. 그리고 그 순수함.
그런 그의 심성은 그로 하여금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출연 요청을, 카라얀과는 모차르트를 연주할 수 없다는 이유로 14년간이나 거절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88년 마침내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자신이 원했던 지휘자 아르농쿠르와의 연주를 마치고 곧바로 재즈 연주회장으로 달려가 재즈 연주가 조 자비눌과 신디케이트 악단과 새벽 한 시까지 연주에 빠졌던 프리드리히 굴다.


여러 가지 기행으로 사람들을 놀라게도 하고 즐겁게도 했던 프리드리히 굴다의 마지막 공개연주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D 단조, C 단조, 그리고 베토벤의 환상곡 풍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의 녹음은 모차르트의 C 단조 환상곡과 소나타들이었구요.


프리드리히 굴다의 연주로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 12 가운데에서 제5곡 <밤에>, 제6곡 <우화>, 제7곡 <어지러운 꿈>, 제8곡 <노래의 끝>을 감상하시겠습니다.


(감상 후)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
오늘까지 3회에 걸쳐서,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의 음악과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