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Wanda Landowska 1
2007-11-27 18:20:09
허원숙 조회수 1382

2000년 7월 1일 (토)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


Wanda Landow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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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대 위는 여느 음악회의 무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연주회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자기집 응접실 또는 다른 사람의 집 응접실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 중앙에 자리잡은 하프시코드의 왼쪽에는 램프가 놓여져 있고, 조명은 거의 밝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요.
이윽고 무대의 문이 열리고 란도브스카가 등장했습니다. 그녀는 무대 뒤 하프시코드까지의 20여 피트 남짓한 거리를 자그마치 5분이나 걸려 걸어나왔습니다. 눈은 허공을 바라보며 뒤러(Duerer)의 그림에서처럼 기도하듯이 손바닥을 합장했습니다. 청중들은 그녀가 그 순간 바흐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요. 검정 옷을 휘감고 발에는 실내화처럼 보이는 슬리퍼 모양의 발레슈즈를 신고 피아노 앞에 앉은 그녀는, 하프시코드를 치는 순간 영감에 휩싸인 듯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이것은 하프시코드 연주자이면서 피아니스트인 완다 란도브스카가 1949년 바흐의 평균율 1권을 가지고 뉴욕의 Town Hall에서 연주했을 당시의 광경입니다.


란도브스카의 연주는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녀 이후의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은 메마르고 덜그럭거리는 소리로 바흐를 연주하곤 했는데, 란도브스카의 바흐는 풍만하며 낭만적인 색채를 가득 담고 있었지요.
연주에서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고른 터치를 구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혹시 그녀에게는 왼손만을 따로 통제하는 대뇌기관이 하나 더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더랍니다. 한 마디로 그녀의 연주는 다채로왔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당대의 어떤 예술가도 바로크 시대의 작품을 그녀처럼 명료하고 맛깔나게 연주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처럼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도 없었습니다.


1879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출생하여 1959년 미국에서 숨을 거둔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완다 란도브스카의 연주로 도메니코 스칼르랏티의 Sonata를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