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Glenn Gould
2007-11-27 18:09:15
허원숙 조회수 1494

2000년 6월 2일 (금)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


Glenn Gould (글렌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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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만든 글렌 굴드에 관한 영화를 보면, 식당에 혼자 식사하러 간 글렌 굴드의 귀에 주변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시끄럽게 맴도는 장면이 나옵니다. 글렌 굴드의 귀에는 주변의 여러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모두 들려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지요.
그런 그의 능력이 바하의 작품을 그렇게도 투명하게 연주할 수 있게 만들었나 봅니다. 사실 그의 바흐 연주를 들으면 음악적인 해석보다는 각 성부들이 조금도 흐뜨러지지 않고 모조리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하지요.


낮은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
여름에도 털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나타나서는, 준비해 온 뜨거운 물을 세수대야에 붓고 손을 한참 담가 충분히 녹았다 싶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건반에 손을 올려 놓았던 피아니스트.
그의 기이한 여러 가지 행동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연주자로서 한창 나이인 32세에 돌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사실이지요.
공연장에서의 음악은 연주자가 의도한 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며, 음악 자체를 완벽하게 남기기 위해 공연장을 떠난 글렌 굴드는 음반 작업에만 골몰합니다.
한 해에 연주회가 2-300회인 연주자들의 생활을 생각할 때 글렌 굴드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끊임없는 연습과 광범위한 레파토리의 개발로 이어집니다.
“내가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 바흐나 쇤베르크의 전 레파토리를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콘서트홀에서 내 시간을 모두 써 버리지 않았던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라고 글렌 굴드는 말하지요.


수많은 레코딩, 저술 작업, 그리고 현재 기술의 탐구.....그 중에서도 레코딩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그의 음반작업을 독특한 방법으로 시도하게 됩니다.
즉, 한 작품을 일단 녹음하고 나서 다시 들은 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 곡을 여러 가지 해석으로 녹음한 후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마치 영화감독이 필름을 편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50세의 아까운 나이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글렌 굴드.
그가 남긴 많은 음반 중에서 슈만의 피아노 4중주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줄리아드 현악4중주단 멤버와 함께 녹음한 이 음반의 녹음광경을 담은 사진에는 피아니스트와 현악4중주단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피아노와 현악4중주의 소리가 분리되어 들리기를 원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연주 도중 일어났다는 회복불가능한 불화 때문이었을까요? 어쨌든 글렌 굴드는 이 연주를 끝으로 다시는 줄리아드 현악 4중주와 연주를 하지 않게 됩니다.


글렌굴드가 1968년 줄리아드 현악 4중주단의 멤버와 함께 녹음한 슈만의 피아노 4중주 중에서 제 2악장 스케르초와 제4악장 피날레를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