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파우스트 박사>
2007-11-27 17:12:26
허원숙 조회수 1513

2000년 7월 29일 (토)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문학 속의 음악*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 111의 제2악장→토마스만의 소설 <파우스트 박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침내 그는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잠시 쉬다가 말했다.
“이제 나옵니다.”
그리고서 그는 변주곡 악장, 즉 <아다지오 몰토 셈플리체 에 칸타빌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목가적인 순진 무구함으로 보아 그렇게 타고 났을 것 같지 않은데도, 모험과 운명을 겪게 되어있는 그 아리에타 주제가 과연 곧 나타났고, 전반부의 끝부분에 나타나는, 외마디의 절절한 외침과도 같은 하나의 모티브로 집약되었다.....(중략)....
그 악장의 특징은 물론 베이스와 소프라노의,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 사이의 넓은 간격이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이, 한 극단적인 고비가 오자, 그 빈약한 모티브는 외롭고 쓸쓸히 아찔한 심연 저 위에서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경과는 창백한 숭고함을 자아내는 과정이었으며, 거기에 이어 곧바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위축된 근심스런 마음과 불안한 놀라움이 뒤이어졌다. 그 놀라움은 많은 사건들로 발전했고,그것들은 원통함과 고집과 집착, 그리고 도도함 끝에 전혀 뜻밖의 감동적인 부드러움과 다정함으로 바뀌었다....(중략).....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위안이 되며 슬프고도 부드러운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고통스럽고도 사랑스럽게 머리카락과 뺨을 쓸어주는 것과 같았으며, 또한 고요하고 그윽한 작별의 시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대상을, 즉 끔찍스럽게 혹사시킨 구성을, 넘치는 인간성으로 축복해주며, 청중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그 영원한 작별의 인사는 청중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 청중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마는 것이었다.
‘이제 고통을 잊어요!’라고 말한다.
‘저희 안에 계신 하나님은 위대하셨네.’
‘모든 것은 한낱 꿈에 불과했네.’
‘부드러운 마음으로 내게 머물러 주오.’
이윽고 그 곡은 끝났다......


독일의 대 문호 토마스 만의 소설 <파우스트 박사>에 나오는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작품 111의 제2악장에 대한 설명입니다.
천상의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베토벤의 이 곡을 이보다 더 아름답고 절절하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는 주인공인 작곡가 레버퀴인의 음악 생애를 다루면서 바로크 음악에서부터 바그너의 오페라, 그리고 더 가깝게는 오토 클렘페러가 지휘하는 연주회 장면 묘사에 이르기까지, 음악 전반에 걸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사랑을 쏟아놓고 있습니다.


문학 속의 음악.
오늘은 토마스 만의 소설 <파우스트 박사>에 나오는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드립니다. 그의 설명처럼, 베토벤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고통을 잊어요!’
‘저희 안에 계신 하나님은 위대하셨네.’
‘모든 것은 한낱 꿈에 불과했네.’
‘부드러운 마음으로 내게 머물러 주오.’


___________________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