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07-11-27 17:11:54
허원숙 조회수 2655

2000년 7월 28일 (금)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문학 속의 음악*


베토벤 현악 4중주 Op.135의 마지막 악장→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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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주인공의 뇌리에 항상 따라다니고 있는 음악의 동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4중주의 마지막 악장에 나오는 동기인데요, 바로 Muss e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라는 동기입니다.
베토벤은 그의 악보 맨 처음에 이 단어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을 써 넣었지요. 밀란 쿤데라도 이 소설에서 자신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이 동기를 인용하였구요.
쿤데라는 이 소설 안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 4중주의 테마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에 얽힌 진짜 이야기를 설명합니다.


뎀프셔라는 사람이 베토벤에게 오십 프로링을 빚지고 있었는데, 언제나 땡전 한 푼 없는 이 작곡가는 그에게 빚을 갚아달라고 요구했다지요. <그래야만 하는가?>라고 불쌍한 뎀프셔는 한숨을 지었고, 베토벤은 경쾌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답니다. <그래야만 한다!>라고 하면서 그는 수첩에 멜로디까지 곁들여 이 단어를 적어 넣었고 이 사실적인 테마를 중심으로 4중창을 위한 소품을 작곡했답니다. 3명이 <그래야만 한다, 네, 네, 네>라고 노래하고, 4번 째 사람이 <네 지갑을 열어!>라고 노래하는 곡이었다지요.
일년 후에 이 테마가 작품번호 135 마지막 현악 4중주 4악장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베토벤은 뎀프셔의 지갑은 더 이상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야만 한다!>라는 단어가 그에게는 운명의 신이 직접 발설한 것처럼 점차 장엄한 톤을 띠게 되었다는군요.. 칸트의 언어로는 <안녕>이란 말도 그럴듯하게 발음하면 형이상학적 주제와 흡사하게 될 수 있다지요. 독일어는 무거운 단어로 이루어진 언어이고, 이제 <그래야만 한다!>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 신중하게 저울질한 결정이 된것이라고요.
이렇듯 베토벤은 희극적 영감을 진지한 4중주로, 농담을 형이상학적 진리로 환골탈태시킨 것인데, 이것은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의 전이라는 흥미로운 예라고 하지요. 쿤데라는 계속 말합니다. 만약 역으로 베토벤이 사중주의 진지함으로부터 뎀프셔의 지갑에 대한 4중창에서 보여준 가벼운 농담으로 갔다면 우리는 분개했을 것이라고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쿤데라는 주인공 토마스의 경솔한 애정행각마저도 이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의 논리로 규정하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그것은 토마스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 사실 작던 크던 간에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에 대한 그럴 듯한 구차한 변명이 아니겠습니까?


문학 속의 음악.
오늘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의 화두로 등장하는,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의 동기로 만든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 4중주 작품 135의 마지막 악장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연주에는 ________________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