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드보르작 현악4중주 <아메리카>
2007-11-27 16:54:39
허원숙 조회수 2939

2000년 8월 10일 (목)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8월에 떠나는 여행의 초대>

드보르작 현악4중주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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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내셔널 음악원의 초대 원장으로 있는 동안 심한 향수병에 걸린 드보르작은 신경 쇠약 증세로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도 1893년 여름 아이오와 주의 스필빌 마을에 들어간 드보르작은 단숨에 그의 현악 4중주 제 12번을 완성하였습니다. 신경 쇠약에 시달리던 드보르작을 이렇게 회복시킨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 마을 스필빌 때문이었는데, 그 마을의 풍광이 뛰어나서라든가, 또는 그 마을의 공기가 맑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보헤미아에서 온 이민들이 많이 살고 있던 미시시피 강 건너의 중부 아메리카 벽지 스필빌. 그 곳에서 드보르작은 고향을 느끼게 해 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드보르작은 이곳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후 처음으로 보헤미아 말로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었답니다. 향수병은 곧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작곡에 전념하게 된 것이었지요. 기차역에서 11마일이나 떨어져 깊숙이 들어앉은 스필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그는 교향곡 제9번 <신세계에서>의 관현악 편곡을 완성했고, 또 불과 사흘만에 현악 4중주곡의 스케치를 마칠 정도로 원기를 완전히 되찾았다고 하지요.
사람 냄새가 그리도 중요한 건지요? 모국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도 행복한 일이었는지요? 대 작곡가 드보르작도 우리 보통 사람들 삶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네요.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곡 제12번의 제1악장은 새벽을 알리는 서주로 시작해서, 점점 향토색이 짙은 선율이 나타나지요. 그 가운데 흑인영가와 같은 느낌의 잔잔한 비애가 배어 나옵니다. 바로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이 곡을 “니거 Nigger (=검둥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2악장은 애수에 찬 <비가(엘레지)>인데, 드보르작이 미국에서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악장이지요.
그와는 대조적으로 제3악장과 제4악장에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민요와 이국적인 거친 리듬, 그리고 슬라브 풍의 정열적인 론도로 즐겁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마치 드보르작 자신이 스필빌에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음악과 함께 하는 세계여행.
오늘은 향수병에 걸려 신경 쇠약 증세까지 보이던 드보르작이 같은 고향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던 스필빌에서, 고향말로 말하고, 고향 음식을 먹고, 고향의 정취에 빠져 다시 원기를 회복한 때 만들어진 곡,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 제12번 <아메리카> 중에서 ________악장과,_______악장을 _______________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