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리스트 :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죽음의 무도>
2007-11-27 16:27:11
허원숙 조회수 1661

2000년 9월 9일 (토)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리스트 :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죽음의 무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838년 리스트는 2년에 걸친 이태리를 여행합니다.
그는 피사에 있는 사원의 묘지에 들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어떤 기괴한 그림을 만나게 되지요. 피사에 있는 그 사원은 성스러운 들이라는 뜻을 가진 캄포 산토였는데요, 그 곳에 있던 그림은 14세기의 화가인 안드레아 오르카냐 (Andrea di Cione Orcagna 1308?-1375?)가 그린 <죽음의 승리>라는 제목을 가진 프레스코 벽화였습니다.


그 그림에는 사냥길에서 돌아오는 사람들과 무사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즐거운 사냥놀이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기쁨을 앗아가는 죽음의 신도 등장하는군요.
그 죽음의 신은 박쥐의 날개를 단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죽음의 신의 발에 짓밟혀서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구원을 받은 사람들도 있고 또 영원히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원을 받은 영혼은 천사들이 데려가지만, 구원받지 못한 영혼은 악마에게 불의 산으로 끌려가 불더미 속으로 던져져서 영원히 버림받는 처참한 광경이었습니다.


리스트는 그 그림을 보고 난 후 즉시 <죽음의 무도>라는 제목으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변주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악마적인 힘과 서정적인 매력을 고루 갖춘 이 곡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이 곡에 사용된 “진노의 날 (디에스 이레)”의 선율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이 선율은 오랜 세월에 걸쳐 로마 카톨릭 교회의 진혼미사 중에 끼어 있던 선율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서도 이미 들을 수 있는 선율이기도 하고, 후에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도 원형으로 또는 변형된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 “파-미-파-레-미-도-레”의 단순한 선율입니다.
1865년 이 곡을 초연해 준 한스 폰 뷜로에게 보내는 편지에 리스트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는 <죽음의 무도>를 보다 확실히 이해시키기 위해 죽음의 무도의 파라프레이즈, 디에스 이레 (진노의 날) 이라는 말을 제목으로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극적이며 박력이 넘치는 이 곡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음악적으로 강조하려했던 리스트. 그리고 피사의 사원에 <죽음의 승리>라는 벽화를 그린 오르카냐.
그들이 의도한 것은 사실 <죽음의 승리>라 아니라 영원한 구원에 대한 갈망과 추구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지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도 하고요.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오늘은 14세기 프레스코 화가 안드레아 오르카냐의 벽화 <죽음의 승리>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죽음의 무도>를 _____________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