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
2007-11-27 16:22:25
허원숙 조회수 1705

2000년 9월 6일 (수)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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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는 그의 나이 32살 때인 1905년 교향시 <죽음의 섬>을 작곡합니다. 이 곡은 그가 스위스의 괴기주의 화가 아르놀드 뵈클린의 명화 <죽음의 섬>을 보고 감동하여 작곡한 것인데, 그가 뵈클린의 그림 <바다 구렁이>나, <해신>과 같은 명화를 젖혀 두고 유독 <죽음의 섬>에 더욱 큰 영감을 받은 이유는 그가 쇼펜하우어와 같은 염세주의자였고, 따라서 웃음보다는 오히려 음울한 죽음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토마스 후드라는 시인의 소네트 “이곳이야말로 아무런 소리도 없는 고요가 있다. 이곳에야말로 아무런 소리도 있을 수 없는 고요가 있다...”도 이 교향시를 쓰는데 그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요.
화가 뵈클린은 자기의 그림에 관해,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까지도 놀라서 눈을 크게 뜰만큼 고요와 침묵의 감명을 틀림없이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이 그림 속의 고요는 죽은 뒤의 무의 세계와도 같이 소름끼치는 것일런지도 모릅니다. 이 죽음의 섬은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쓸쓸한 외딴 섬인데, 너무나도 적막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지요. 날카로운 절벽과 우수에 잠긴 듯한 크나 큰 측백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엄숙함마저 자아내는 이 그림은 진정한 고독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배에 흰 옷을 입은 카론이라는 저승사자가 타고 이 무서운 섬으로 향하고 있는 정경은 더욱 큰 전율을 자아내지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의 첫머리의 하프 연주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섬으로 실어 나르는 카론이 젓는 노의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첼로가 이 죽음의 섬에 부딪히는 물결을 그리고 있고요, 그 사이에 고뇌가 깃든 바이올린을 배경으로 첼로가 암시하는 디에스 이레 (진노의 날)이 단편적으로 어슴프레 들려오지요.
섬에 가까워지면서 소리는 커지고 움직임도 뚜렷해지면서, 이때까지는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죽음의 고통이 나타난 후 다시 카론의 배는 섬을 떠나 조용히 멀어져 갑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을 듣고 있으면 뵈클린의 그림이 눈 앞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요.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린 뵈클린 자신은 라흐마니노프의 이 곡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오늘은 스위스의 화가 아놀드 뵈클린의 그림 <죽음의 섬>에서의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을 보내드립니다. 연주에는 _________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