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쥐스킨트와 <콘트라베이스>
2007-11-27 16:10:55
허원숙 조회수 1767

2000년 7월 3일 (월)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음악이 소재가 된 문학*


파트릭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와
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의 <콘트라베이스 협주곡> e 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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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제 손가락 좀 보십시오! 손가락마다 각질이 다 입혀져 있고, 지문들은 아주 뻣뻣해졌습니다. 이 손가락으로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최근에 손가락을 데었죠. 손가락의 각질이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고서야 뒤늦게 알아챌 수 있었거든요. 아차 실수로 손을 기형으로 만들 뻔 했지요. 대장장이도 이런 손가락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중략)...
정말 실제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어느 누구도 콘트라베이스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하지 못해요. 유명한 독주자들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콘트라베이스에 높은 음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연주자의 능력 보다는 악기의 물리적인 면과 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높은 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소리가 항상 암울하게 들리지요. 언제나 그 모양이니까 콘트라베이스 독주는 또한 백 50년 전 이후부터 기술이 월등하게 발전하였다고는 하더라도, 비록 콘트라베이스와 솔로 소나타와 모음곡을 위한 협주곡이 있기는 하지만, 콘트라베이스 독주회를 갖는다는 것은 너무나 멍청한 바보 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중략)....
자, 그럼 제가 이제 여러분께 이른바 콘트라베이스를 위해 작곡된 곡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어떤 의미에서는 콘트라베이스의 즉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의 정수를 선보여 드리겠습니다. 카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의 작품입니다. 자, 잘 좀 들어보십시오....
(중략)....이 곡이 정말로 아름다웠는가에 대한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곡이 끝나가는 부분을 한 번 더 들어보시겠습까? 끝마무리는 사실 아주 가소롭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파트릭 쥐스킨트의 남성 모노드라마를 위한 희곡 <콘트라베이스>의 한 장면입니다.
<콘트라베이스>에서 쥐스킨트는 오케스트라의 한 쪽 구석에서 남의 눈에 띄지도 않고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소시민의 애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솔리스트가 될 수도 없습니다.
팀파니 연주자처럼 호탕한 소리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도 없고요.
음악가이기전에 평범한 시민일 뿐인 이 주인공의 절망감은, 화려한 음색과 제스츄어로 오케스트라의 꽃이 된 팀파니 연주자가 샘이 나서 “음도 네 개 밖에 없는 게 악기는 무슨 악기람!”하고 비아냥거려봐도 도무지 풀어지지 않는군요.
그리고 사실, 좋은 콘트라베이스 주자들도 많은데, 우리 악기는 절대로 솔로를 할 수 없는 악기라고 못을 박고 있지요.왜냐면 이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은 그저 평범한 오케스트라맨이니까요.
바로 이런 사실이 이 모노드라마를 성공하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주인공이라 할 지라도 남보다 조금도 나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작가 자신의 해박한 음악 상식과 달변 또한 이 작품을 빛나게 해 주었지요.
그럼 여기서 이 작품에서 말하는 카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의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협주곡 e 단조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연주에는 ____________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