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들레리스의 <마지막 칸타타>와 바흐의 <음악의 헌정>
2007-11-27 16:10:16
허원숙 조회수 1438

2000년 7월 1일 (토)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음악이 소재가 된 문학*

 


필립 들레리스의 추리소설 <마지막 칸타타>와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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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체, 당신이야?...”
그러나 침묵만이 대답했다. 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피로와 호흡곤란이 조금은 진정된 듯했다. 그는 잉크병을 움켜쥐고는 연이어 세 박자를 포르티시모로 부르면서 옮겨 적었다.
.....`(중략)...
다시 마루판을 밟는 소리가 그의 독백을 중단시켰다. 그는 눈길을 들어올렸다.
그의 펜은 움직임을 멈췄다. 상념과 종이 사이에서.
문턱에는 회색차림을 한 누군가가 서 있었다. 메신저. 그 사자의 얼굴에는 가면이 덮혀 있었고, 그의 망토는 땅에까지 닿았다.
그자는 몇 발자국 옮기더니, 침대와 마주하여 우뚝 섰다.
“당신 거기서 뭐 하는 거요? 어떻게 들어왔소? 악보를 찾으러 온 건 아니겠지. 난 아직 끝내지 못했소.”
바람처럼 나타난 사자에게 증명이라도 해 보이려는 듯, 그는 음표 몇 개를 더 써 넣었다.
.....(중략)...
“내가 아직 끝내지 못했다는 걸 잘 알겠죠. 난 아직 작업 중이오.당신이 요구한 진혼곡
말이요. 당신 주인은 만족할 거요. 오! 하지만...내게 그가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그의 장례식이 내일 생테티엔느에서 거행될 예정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너무
서두르게 될 거요!“
그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지만, 결국은 끔찍한 기침 발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회색 차림의 인간은 발작이 끝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예정된 것은 그분의 장례식이 아니오. 바로 당신의 장례식이요, 선생”...
...(중략)...
“뭐요, 나의 장례식이라구요?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시오! 난 이제 겨우 35살이 됐을 뿐이오!” 바흐는 65살에 죽었소! 난 아직도 살아 온 만큼은 더 살아야 하오. 써야 할 작품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중략)...
그자는 아니었다. 그 메신저는 아니었다. 진짜 그의 죽음을 가져온 자는 훨씬 더 키가 컸고, 더 돌발적인 몸놀림을 했으며, 그 가면도 달랐다.
그때 모차르트는 모든 것이 다 끝났음을 알았다.
죽음의 신과는 농담할 수 있었다. 신과는 말을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음악으로 얼마나 많이 신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던가! 그러나 그는 단순한 살인자에 대항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라크리모사 디에스 이레 (울며서 애원하오니 빛이여 이리 내리소서...)

 


필립 들레리스의 추리소설 <마지막 칸타타>의 첫 장면입니다.
들레리스는 바흐-모차르트-베토벤-바그너-말러-베베른으로 이어지는 작곡가들의 죽음을 타살로 규정짓고 거기에 얽힌 미스테리를 그의 해박한 음악지식으로 풀어나가고 있지요.
모차르트의 임종 장면도 죽음의 사자가 찾아온 것이 아닌, 살인자가 찾아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허구.
그러면서도 그 사이를 뚫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절대로 읽어나갈 수 없는 내용이지요. 바로 그런 점이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필립 들레리스의 추리소설 <마지막 칸타타>의 첫 장면인 모차르트를 살해하는 장면과 그 장면을 에워싸는 <레퀴엠>.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에서 “라크라모사 디에스 일라 (울며서 애원하오니 빛이여 이리 내리소서...)”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연주에는 ____________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