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브레이브 하트>
2007-11-27 15:58:52
허원숙 조회수 1399

2000년 6월 14일 (수)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전쟁영화에 삽입된 고전음악
English Patient 중에서 Bach의 Goldberg-Variatio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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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온다체의 소설을 영화화해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는 이탈리아와 사하라 사막을 오가며 펼쳐지는 비극적 사랑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노래와 함께 우리의 마음을 적셔 주었습니다.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은 캐서린과 알마시의 신화적인 사랑의 배경으로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지요. 그 사막의 굴곡을 따라, 날아가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구요.
캐서린을 잃고 심한 화상마저 입은 알마시는 이탈리아로 후송됩니다. 그곳에서 간호원 한나의 치료를 받게 되지요. 그는 격력한 고통으로 시달릴 때마다 진통제로 모르핀 주사를 맞게 됩니다.
케서린을 잃은 정신적인 고통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찾아오는 육체적인 통증에 시달리던 알마시는 끝내 삶의 희망을 잃게 됩니다. 결국 알마시는 책상 위에 놓인 모르핀 앰풀 다섯 개을 한나에게 밀어주며 안락사를 시켜달라는 뜻을 간절한 눈빛으로 표현하지요.
그리고 한나가 읽어주는 캐서린의 마지막 편지 내용을 들으면서 알마시는 서서히 죽어갑니다.
한나가 알마시를 간호할 목적으로 데리고 온 폐가의 잔해 속에는 망가진 그랜드 피아노도 있었습니다. 피아노의 다리 한쪽은 벌써 부러졌는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피아노를 본 한나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녀가 연주한 곡목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지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탄생된 배경을 보면, 당시 드레스덴의 궁정에 러시아 대사로 와서 주재하고 있던 카이젤링 백작은 바흐의 예술에 심취한 사람이었다지요. 그는 한 때 심한 불면증에 걸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는데, 잠못 이루는 밤을 위해 백작이 생각해 낸 묘안은 음악을 듣는 일이었습니다. 그 무렵 그 백작을 모시고 있던 음악가가 골드베르크였었는데 그는 바흐의 제자이며 쳄발로 주자였다고 하지요. 뭐든지 쉽게 잠들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라는 지시를 받은 골드베르크는 궁리 끝에 스승 바흐를 찾아갔습니다.
사연을 들은 바흐는 평소 자신에게 많은 배려와 호의를 베풀어 준 백작을 위해 즉시 작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 안나 막달레나의 필사본 <클라비어 곡집> 제2집에서 사라방드를 가려내어 여기에 아리아라는 이름을 새로 붙여 변주곡의 주제로 삼았지요. 각 변주곡은 그 사라방드의 기초 저음 위에 구축되어있습니다. 백작은 얼마 뒤 이 음악을 들으며 편히 잠들 수 있었다고 하지요.

 


이 영화의 음악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선택된 것은 무슨 뜻일까요?
아마도 사랑과 삶의 의욕을 모두 잃어버린 영국인 환자가 모르핀을 다섯 대 분량이나 맞고 영원히 잠들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표현했던 것 같지 않으십니까? 골드베르크 변주곡 하면 그 일화 때문에 취침용 음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천상의 음악처럼 아름다운 음악이니, 아마도 이 영국인 환 잔 알마시도 죽음 뒤에서나마 천상의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중에 삽입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__________를 감상 하시겠습니다. 연주에는 ___________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