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카잘스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007-11-27 14:26:16
허원숙 조회수 1941

2000년 5월 19일 (금)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J.S.Bach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에서 (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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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불로 카잘스가 1970년 A.E.칸에게 들려준 나의 인생 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풀사이즈의 첼로를 사주시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토록 꿈꾸어왔던 제대로 된 악기를 갖게 된다는 사실에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와 나는 항구 근처에 있던 오래된 악기상점으로 갔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악보들이 잔뜩 쌓인 바구니 속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누렇게 바랜데다 닳아서 다 해진 악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여섯 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었습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누구도, 선생님들조차도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우리가 이 가게에 무엇하러 왔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낡아빠진 악보를 소중하게 어루만졌습니다.
그 날의 벅찬 감동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표지가 다 해지고 너덜거리던 그 악보를 발견했던 바르셀로나의 그 오래된 악기상점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는 마치 귀중한 보석이 박힌 왕관이나 되는 것처럼 그 악보를 소중히 껴안았습니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악보를 수백 번 보고 또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8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느낀 경이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새로운 우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나는 이 작품을 연주하며 형언하기 어려운 희열에 빠지곤 했습니다. 거의 12년동안 하루도 걸르지 않고 연습을 할 만큼 이 작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 되었습니다. 12년. 그렇습니다. 12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 곡들 중에서 단 한 곡을 청중 앞에 선보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어떤 첼리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도 그 곡을 전곡을 연주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대개는 사라방드나 가보트 혹은 미뉴에트 등 한 악장 씩은 자주 연주되지만 나는 전곡을 연주합니다. 전주곡과 춤곡으로 이루어진 다섯개의 악장 모두 완벽한 구조와 리듬을 갖추고 있어서 하나의 훌륭한 건축물과 비견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흔히 정열이 배제된 기교적이고 지적인 구조물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이란 말입니까! 얼핏 차갑게 들리는 그 선율 속에서 그토
록 온화하고 시적인 광채가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일까요! 무반주 첼로 모
음곡은 바흐 음악의 정수이며 바흐야말로 음악의 정수입니다.


파불로 카잘스가 1970년 A.E.칸에게 들려준 나의 인생 중에서 발췌한 내용 중에서 읽어드렸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파블로 카잘스의 공로로, 현재는 많은 첼리스트들이 바흐에 대한 경외감으로 즐겨 연주하는 곡이 되었지요. 오늘은 그 중에서 ( )번곡을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