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스크리아빈: 피아노 소나타 제1번
2007-11-27 14:23:53
허원숙 조회수 1562

2000년 5월 17일 (수)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스크리아빈: 피아노 소나타 제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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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무살. 내 생애의 가장 처절한 사건. 내 손에 문제가 생기다.
영광이며 명예로 생각해 왔던 나의 최고의 목표에 장애가 발생했다.
처음으로 맞는 내 인생의 진짜 패배. 나는 기도했고, 교회에도 갔다.
하나님께 울부짖었고 내 운명에 외쳤다.
나의 첫 번째 소나타를 장송곡으로 작곡했다.”


스크리아빈이 그의 일기장에 기록한 것처럼 1892년은 그에게 지옥과도 같은 해였습니다.
졸업시험에서 피아노 부문에서는 라흐마니노프에게 황금대상 메달을 빼았기고
자신은 작은 금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작곡 부문에서는 심사위원인 아렌스키의 반대로 졸업장도 없이 학교를 떠나야 했으며,
게다가 당대 비르투오소였던 요셉 레빈과의 경쟁을 의식하여
피아노를 맹렬히 연습한 결과 오른손에 부상을 얻어,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스크리아빈 자신의 스무해 삶의 초상과도 같은피아노 소나타 제1번은 1892년에 작곡되어
이듬해 출판되었습니다.
전체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발라드적인 성격이 강한 곡들로 네 개 악장 모두
하나의 테마(상승하는 f단조 음계)로 엮어져 있습니다.


제1악장에서는 운명에 대항하며, 신에게 대항하는 스크리아빈의 외침이
끊임없이 분출하는 에너지로 표현되어 있고,
제2악장에서는 자신만의 고백이 담긴 기도가,
흐느끼며 하강하는 반음계에 담겨 있습니다.
악마적인 죽음의 무도를 연상케 하는 제3악장은
완성되지 못한 채 작은 레시타티보를 통해
제4악장인 장송행진곡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운명과 신을 원망해보며 결국 자기 자신을 절망에 묻어버리고야 마는 스크리아빈은
장송행진곡 중간부분의 천사의 합창을 의지하고 통한의 심정을 나타내보지만
스무살의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슬픔과 절망에
다시 처절한 비탄에 잠긴 장송행진곡에 몸을 싣고 끝을 맺습니다.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을 안드레 아믈렝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