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베토벤 현악4중주, op.127
2007-11-27 14:22:28
허원숙 조회수 1427

2000년 5월 16일 (화)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베토벤 현악4중주 E 플랫장조 op.12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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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의 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들 말합니다.
피아노의 황제라고 불리우던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경우도 그랬나봅니다. 왜냐면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그의 매니저가 “준비되셨습니까, 이제 올라가시죠”라고 하면서 루빈슈타인의 손을 잡아보면, 루빈슈타인의 손의 떨림을 보고 그날의 연주가 성공할 지 못할 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하니까요. 루빈슈타인의 손이 긴장으로 바르르 가늘게 떨고 있는 날의 연주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대박>이 터지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연주 전에 긴장으로 떨고 있는 대가의 모습에서 진지함과 성실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잡은 손이 전혀 떨리지 않았던 날은 연주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날이었다고 하지요. 긴장감과 성공률은 어느 정도는 비례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곡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연주는 남들이 하는데 떨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자신의 작품이 평가대 위에 올라간다는 것은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에서도 사실 작곡가는 떨릴 것입니다. 과연 내 작품을 이 연주자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말입니다.
베토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4중주곡의 초연을 준비하던 베토벤이 연주자들에게서 받아낸 서약서의 내용을 보실까요?

 


슈판치흐 4중주단에게
친애하는 친구들이여,
이 편지로 여러분은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될 거요. 최선을 다해 스스로 이름을 높이고 서로 경쟁할 것을 각자 명예를 걸고 서약하기 바라오.
협력할 사람들은 이 종이에 서명하시오.
슈판치흐 (서명 )
바이스 (서명 )
지긋지긋한 린케 (서명 )
홀츠 (서명 )
1825년 3월 베토벤

 

 

베토벤의 4중주곡 E 플랫 장조 op.127의 초연을 준비하던 중에 슈판치흐 4중주단에게서 받아낸 서약서의 내용입니다. 이 슈판치흐 4중주단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라주모프스키 4중주단의 전신이지요. 슈판치흐는 제1바이올린, 프란츠 바이스는 비올라, 크라프트 린케는 첼로, 카를 홀츠는 제2바이올린 연주자였습니다. 서약서에 서명까지 한 연주자들이 연주를 잘 했을 것은 분명하지요? 그러니 세계적인 라주모프스키 4중주단으로 그 명성이 이어졌다는 것은 이 무시무시하기도 한 베토벤식의 연주자 길들이기 정책 덕분이 아닐까요?

베토벤의 현악4중주곡 E 플랫장조 op.127을 ________________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