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드뷔시의 <판화>
2007-11-27 14:18:13
허원숙 조회수 1759

2000년 5월 11일 (목)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Debussy 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Estampes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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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서 쟈바의 가믈란 관현악단의 연주를 들은 드뷔시는, “팔레스트리나의 대위법조차 쟈바 음악에서 발견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어린이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 할 정도로 동양의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쟈바의 가믈란 관현악단의 연주를 들은 경험은 드뷔시로 하여금 선율적인 대위법과 동등하게 리듬적 대위법에 진보적인 개념을 반영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드뷔시의 예술의 특징인 비례와 균형의 놀라운 감각!
동양의 탑 건축 양식의 비례와 균형감각!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예술 양식이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억지스러운 말은 아닐 것입니다.
드뷔시의 <탑>에서 화성은 네 개의 서로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 5음음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동양의 탑도 그 규모와 상관없이 간결한 표현으로 무한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고요.


얼마전, 익산의 미륵사지를 방문했을 때 석탑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체 중에서 반 이상이 무너져버린 탑이지만 그 압도하는 스케일의 중량감이라든가, 정연한 체감률로 안정감을 주는 중층구조. 그리고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옥개석의 끝을 살포시 반전하는 맵시나는 추녀하며, 감칠 맛 나는 선맛과 형태미란, 정말 한 마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드뷔시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판화> 중 첫 곡인 <탑>은 동양의 예술적 이미지를 판에 새겨 종이에 찍어내는 판화처럼 음악적 상상력에 그 인상을 새기고자 하는 드뷔시의 의도를 잘 나타낸 곡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그의 의도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잔해가 주는 감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요.
하지만 서양사람의 눈에 비친 동양의 모습, 탑 모서리에 매달린 종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와 또 그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들은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볼 수는 있겠지요....


오늘 석가탄신일을맞이해서 드뷔시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일명 <판화>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제1곡 탑, 제2곡 그라나다의 황혼, 제3곡 비오는 정원 등 모두 세 곡으로 이루어졌는데, 첫번 째 곡인 <탑>은 동양의 정취 , 두 번째 곡인 <그라나다의 황혼>은 스페인의 인상을, 그리고 마지막 곡인 <비오는 정원>은 프랑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연주에는 ________________________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