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시인의 사랑 15.<오래된 동화 속에서>
2007-11-27 14:02:14
허원숙 조회수 1250

2000년 5월 15일 (월)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원고 : 5월에 듣는 사랑의 노래
슈만의 <시인의 사랑>중 제15곡 <오래된 동화 속에서 (Aus alten Maer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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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스갯소리로 누군가 말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착각은 생활의 활력소이다”라는 말...
얼핏 들으면 정말 실없는 말 같은데, 사실 그 안에 커다란 진리가 담겨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꿈과 현실을 적당히 섞어서 생각하고 있지요.
거울을 볼 때에도 내 얼굴의 현실적인 모습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얼굴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지 않는 것 아니겠어요?
현실은 힘들고 어렵고 이겨나가기에는 너무 벅차지만, 그래도 우리가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착각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네의 시 <오래된 동화 속에서>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의 동화같은 이상향을 꿈 꿉니다. “아름답고 평화롭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니 그 꿈은 아침해가 뜨면 이내 사라지는 이슬과도 같군요. 거품처럼 허무하게 꺼져버린....

 

오래된 동화속에서 하얀 손을 흔들며
마법의 나라로부터 노래가 들려온다.

 

무지개빛 꽃들이 피는
황금빛 노을로 물든 밤

 

사랑스럽게 향내를 뿜으며 빛나는 꽃들은
아름다운 신부의 얼굴.

 

초록 나무는 태고의 선율을 노래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새들은 그 안에 명랑하게 지저귄다.

 

안개가 피워내는 그림은 땅으로부터
뭉게뭉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신비한 합창처럼.

 

푸른 불꽃은
잎새와 가지마다 불타고

 

붉은 불빛은 달려가며
그려내는 어지럽게 흔들리는 동그라미.

 

용솟음치는 물줄기는
바위를 가르고,

 

시냇물은 끊임없이 흘러
그림자조차도 머무를 사이 없네.

 

아, 그 곳에 갈 수만 있다면
내마음은 즐거우리.
모든 괴로움 떨쳐버리고,
자유롭고, 행복하리!

 

아, 기쁨의 나라,
내 꿈에 보이는 나라,

 

하지만
아침의 태양이 뜨면
거품처럼 사라지리.
거품처럼 사라지리......

 

슈만의 꿈도 하이네의 꿈처럼 허무하기만 합니다.
생기있고 힘찬, 그러면서도 사뿐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듯한 행진곡은 동화 속의 이상향을 꿈꿉니다. 그러나 그 곳에 내가 가고 싶다고 갈망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그 꿈이 거품처럼 사라질 거라며 우울하게 중얼거립니다. 그리고는 포기하지요.
피아노의 후주는 “그래도 꿈은 무죄야”라고 말하듯이, 즐거운 리듬으로 동화속 나라를 회상하며 끝납니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중 제15곡 <오래된 동화 속에서>를_____________의 노래와 ____________의 피아노로 감상하시겠습니다.